세계적인 작가의 매력적인 메타 에세이 <더 스크랩>

현유진 / 기사승인 : 2014-03-14 14: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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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1980년대…제대로 추억하기

[스페셜경제=현유진 기자]<더 스크랩>은 1982년 봄부터 1986년 2월까지 격주간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글들을 한데 엮은 책이다.


지금은 환갑이 훌쩍 넘은 작가가 서른다섯 살이던 시절이고, 작품으로 보면 장편소설 무라카미 하루키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발표한 즈음이다.


출판사 비채에서는 원문을 충실하게 반영한 새 번역에 제목과 꼭 닮은 커버재킷을 입은 한층 알찬 구성으로 사진삽화와 앙상블을 이뤘던 원서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기존 한국어판에 없던 40여 컷의 일러스트도 새로 그려 넣었다.


구성은 크게 세 장으로 나뉜다. 처음 장은 <에스콰이어>, <롤링스톤>, <라이프>, <뉴욕타임스> 등, 신문과 잡지에서 흥미가 당기는 기사를 스크랩하여 쓴 81편의 ‘스크랩’ 에피소드이고, 개장을 앞두고 있던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기’와 1984년 LA 올림픽 시즌에 쓴 ‘올림픽과 관계없는 올림픽 일기’가 차례로 이어진다. 특히, 둘째 장에는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에 동행한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일러스트를 함께 수록해 오랜 콤비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가 빚어내는 글과 그림의 하모니도 맛볼 수 있다.


친근한 아저씨의 재기 넘치는 순발력


<더 스크랩>을 읽는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난다는 데 있다. 하루키는 <더 스크랩>을 통해 마이클 잭슨이 전 세계 뮤직차트를 석권하고, 파랑 펩시와 빨강 코카콜라가 열띤 경쟁을 펼치고 로키와 코만도가 테스토스테론을 마구 뿜어내던 ‘로망’ 가득한 시절로 돌아간다.


아련한 과거 속에서 하루키는 육 개월 전에 담배를 끊었는데 꿈속에서 무의식중에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꿈에서도 깜짝 놀랐다며 애꿎은 말보로 광고를 타박하거나, 머리숱도 별로 없는 아저씨 빌 머레이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이냐며 질투 섞인 투정을 부리며 의외의 모습을 선보인다.


하루키의 숨겨진 모습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는 <더 스크랩>을 통해 독자들은 세계적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옆집에 있을 법한 친근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다채로운 문화 스토리 ‘한번에’


하루키 에세이에는 영화, 음악, 책 이야기도 풍성하다. <스타워즈-제다이의 귀환>을 세 번이나 봤다며 스타워즈 예찬론을 늘어놓는가 하면 스티븐 킹의 팬이지만 그래도 <쿠조>는 좀 지루했다며 솔직한 독후감을 토로하며 문화의 여러 측면을 보여준다.


이어 <더 스크랩>은 문화적 이야기 이외에도 성병 헤르페스에 대한 정보를 담담하게 설명하거나 유명인사의 연수입을 키워드 삼아 당당하게 돈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등 다소 주뼛거릴 수 있는 화제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하루키는 일상이라는 아득한 크레바스에서 빛나는 순간을 걸작 에세이로 풀어내 명실상부 이야기꾼의 자질을 입증했다. 서른다섯, 청년작가 하루키의 존재감으로 반짝반짝하는 <더 스크랩>은 그 시절 청년들은 물론이고 삼십 년 후 오늘의 청년들에게도 흥미진진한 독서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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