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수학여행


[스페셜경제=김민정 기자]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정교수,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초빙 석좌교수, 세계적인 수학 석학인 김민형 교수가 가족과 떨어져 영국과 독일에 머물렀던 어느 해 여름 동안 아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 ‘아빠의 수학여행’이 출간됐다.


낯선 곳에서 얻는 기쁨과 놀라움을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편지에는 수학 이야기와 함께 평소 아들과 주고받았던 철학, 음악, 미술, 문학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생각들이 따뜻한 문체와 명료한 사유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방대한 지식과 친절한 배려


저자의 편지는 수학자 특유의 깐깐함이 없다. 인문학적·문학적 감성이 넘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워즈워스, 하이네, 바이런, 블레이크 등 낭만주의 시인들의 시가 많이 인용돼 있다. 시를 읊고 시 한 구절, 한 구절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탄하기도 하고 시인이 무엇을 상상했을지 따라가 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낭만주의 시인들이 이상으로 삼았던 서양 학문의 위대한 원천인 그리스로마 이야기까지 닿게 된다. 전 방위적으로 펼쳐지는 지적 영역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를 안겨주는 동시에 학문의 영역 어느 쪽으로도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친절하게 안내한다.


옥스퍼드대 수학과 김민형 교수가 전하는 삶과 배움에 대한 조언과 격려


친절한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편지에는 단순히 텍스트만 적힌 것이 아니다. 저자는 머물렀던 곳에서 산 사진이나 그림엽서, 편지에서 소개한 그림이나 인물의 사진을 첨부해서 보냈다. 시각적인 자료가 질문을 만드는 과정을 구체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저자의 의견에 따라 이 책 또한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진 자료들을 여러 장 선정하여 글과 함께 배치했다.


역사는 유기적 관점에서


저자는 “어릴 적 아버지가 선물한 ‘서양의 부흥 - 인류 공동체의 역사’라는 책을 나이가 들어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각 나라가 그 자체 하나로만 굴러간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갈라진 역사를 유기적인 맥락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한국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들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배려로 읽힌다. 이와 더불어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도 “모두가 베토벤 같은 음악만 쓴다면 라파엘처럼 그리는 사람도 한 명도 없을 테고 아르키메데스처럼 재미있는 도구를 만드는 사람도 안 나타날 것”이라며 다양성이 얼마나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지 일깨워주려고 한다.


서로 다른 모습과 생각들을 지닌 사람들이 섞여 살게 될, 미래 사회를 살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 이곳저곳을 공부하며 두루 여행하는 ‘수학여행’ 중인 저자는 아들이 더 자라 함께 여행할 날을 꿈꾼다.


쉽지 않은 삶이란 여행


저자는 이 편지를 ‘오디세우스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덧붙이며 끝낸다.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던 오디세우스의 여행과 귀향 이야기를 담아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결말을 그린 그림이다. “‘삶’이라는 진정한 여행은 쉽게 끝나지 않겠지만, 이 편지는 네 손에 직접 건네줄게”라고 말하며 아들을 곧 만난다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던 저자의 마음은 고된 모험 끝에 고향으로 귀환하는 오디세우스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끝났어도 ‘오디세이아’가 인류에게 남았던 것처럼, 이 한 권의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서, 자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부모와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10대 자녀들을 위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지은이: 김미형/황근하 역
출판사: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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