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재벌가 혼맥분석]⑥코오롱 그룹…한국섬유산업의 원조

▲ 이웅렬 회장


[스페셜경제=구경모 기자]코오롱 그룹의 혼맥은 정·관·재계에 폭넓게 걸쳐 있다. 특히 고 이원만 창업주는 1957년에 코오롱의 전신이 되는 한국나일론주식회사를 대구에 설립한 후, 승승장구해 1960년에 참의원으로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한다.


참의원에 당선된 후 연이어 6·7대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코오롱의 발전을 도모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 진흥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코오롱家는 화려한 사돈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듀폰사와 1조원 대 소송‥코오롱 워터텍 조사
MB형 이상득과 이동찬 명예회장 고향 선후배


이웅렬 회장이 이끌고 있는 코오롱은 현재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이 탄로 나고 듀폰사와의 1조원 대 소송에 휘말리는 등 국내사정과 국외사정 모두 좋지 않다.


코오롱은 미국 화학기업 듀폰과 1조원대 소송으로 불리한 국면을 맞고 있다. 작년 8월 30일 미국 버지니아 지방법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섬유 제품인 ‘헤라크론’에 대해 20년간 생산 및 판매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게다가 앞선 2011년엔 코오롱측에 9억 1990만 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다행히 작년 9월 2일 코오롱이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 잠정적 집행정지를 요청하는 긴급신청이 받아들여져 헤라크론 생산라인의 전면적 가동중단이란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코오롱 입장에서는 아라미드 섬유의 전 세계 생산·판매를 금지시킨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최종 판결은 연내에 내려질 전망이다.


국내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지난 4월 검찰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의혹 규명을 위한 수사를 확대하면서 전 정권과 스캔들 의혹이 있는 코오롱그룹이 수사 대상에 오른 적이 있었다. 코오롱은 이명박 정부 시절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에게 편법으로 고문료를 제공한 것이 들통 나는가 하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 이상득 전의원과 이웅렬 회장의 관계는 아주 밀접하다. 우선 이상득 전 의원과 이웅렬 회장 부친인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은 고향 선후배사이다. 더욱이 이상득 전 의원이 코오롱 사장 출신이란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코오롱의 부회장이었던 김주성 전 부회장이 MB 정권 시절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임명되면서 MB정권과 코오롱이 밀월관계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MB정권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입안한 ‘물 산업지원법’을 통해 수돗물 민영화의 길이 열릴 듯하자 때마침 등장한 기업이 바로 ‘코오롱 워터텍’이다.


특히 이 기업은 이명박 정부 기간 매출이 4배 증가하는 등 급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4대 강 수질 개선사업 입찰에 참여하며 심사위원인 공무원과 대학교수 등에게 12억원대의 현금을 건넨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돼, 전북 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수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처럼 MB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에도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 이상득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와 4대강 관련 비리 의혹 수사가 이웅렬 코오롱회장에까지 미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떤 친분관계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


코오롱 창업주인 이원만 창업주의 둘째 이동보 회장은 1974년 김종필 전 총리의 장녀 김예리씨와 결혼했다. 당시 이들의 결혼을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적극 주선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일화다. 김종필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조카 사위다.



두 부부가 ‘성격차이’로 이혼하기 전까지 코오롱家는 박근혜 전 대표와 ‘한 다리 건너’ 사돈지간이었던 셈이다. 또한 2대 회장인 이동찬 명예회장의 장남 이웅렬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과의 ‘친분’도 남달랐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박씨가 20대였던 육사 생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때 어머니를 여읜 박씨는 아버지 뜻에 따라 육사에 입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사관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차지철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씨를 찾으며 동분서주했고 이때 도움을 준 인물이 이웅렬 회장이다. 이때의 인연이 이웅렬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을 이어주고 있는 중요한 ‘연’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친분관계가 검찰 수사의 칼끝을 피하게 해준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게 세간의 분석이다. 이런 식으로 정권과의 인연이 기업에 큰 영향을 줬던 일이 한 번 더 있었다.


장자승계원칙의 탄생


이원만 창업주에겐 동생 이원천이 있었다. 이원천은 이 창업주가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하던 초기부터 함께 일하며 이 창업주, 이동찬 명예회장과 더불어 코오롱 그룹의 ‘이 트리오라’고 불릴 정도의 코오롱 핵심 멤버로 회사를 위해 큰 기여를 했다.


박대통령 동생 박지만과 이웅렬 회장은 친구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장남 이규호 경영수업



이에 이원만 창업주는 동생인 원천을 회장에, 아들인 동찬을 사장에 임명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적이 있는데, 이 때 기업공개를 하루 앞두고 숙질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원천에게 있었다. 이원천은 한국나일론사장에 추대된 후부터 분가를 원했다. 그는 코오롱 계열사 중 한국나일론과 한국폴리에스터 두 기업 중 하나를 원했으며 당시 기술협력관계에 있었던 일본 도레이 측의 내락까지 받았다고 한다. 경영권 분쟁에서 이원천 쪽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원만 창업주의 차남인 동보가 박정희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김종필 전 총리의 딸과 결혼하며 형세가 반전됐다. 이 명예회장이 결혼을 통해 정권실세의 지지를 등에 업자 도레이측이 기존 내락을 철회하며 이동찬의 손을 들어줘, 경영권을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오롱 그룹 차원에서 본다면 그룹의 운명이 김종필 전 총리와 닿은 혼맥으로 결정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처럼 혹독한 경영권 분쟁을 겪은 후부터 장자 승계원칙이란 코오롱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철저하게 지켜지게 된 것이다.


코오롱 혼맥 형성 과정


이처럼 중요한 고비마다 혼맥을 통해 맺은 인연으로 기업의 안위를 보존해온 코오롱. 그렇다면 코오롱의 혼맥은 어떻게 형성됐으며 누구와 연결돼있을까?


코오롱 창업주인 고 이원만 회장과 이동찬 명예회장은 부자지간이면서 사업 파트너였다. 두 사람은 나이차도 16살밖에 나지 않았다. 이동찬 명예회장이 내실을 다지며 그룹의 기초를 튼튼히 했다면 고 이원만 창업주는 외연을 넓히며 회사의 성장을 도모했다. 그래서 이 명예회장을 창업 1.5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창업주는 고 이위문 여사와의 사이에 2남 4녀를 뒀다. 이 중 장남인 이동찬 명예회장은 1944년 일본에 학도병으로 징집돼 입대를 기다리던 중 부친의 엄명으로 동향 사람인 신병옥의 딸 신덕진과 결혼했다. 결혼 후 3일 만에 이 명예회장은 군에 입대하게 된다.


장녀인 봉필은 1954년 같은 고향 사람인 고 임승엽과 결혼했다. 임씨는 조달청 내자국장 자리에 오를 정도의 엘리트였다. 그는 장인인 이 창업주의 권유로 삼경물산 사장을 거쳐 코오롱 그룹의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차녀인 애란은 노영태와 혼인했으며 3녀인 미자는 포항 일대의 지주로 명성이 자자했던 박문학 가문의 장남인 박성기를 남편으로 맞이한다. 경영학 박사였던 박성기는 후에 삼경개발 사장과 코오롱호텔사장을 맡으며 그룹경영에 참가했지만 1985년 한국바이린을 가지고 그룹에서 독립하게 된다.


1974년 차남인 이동보 전 코오롱 TNS 회장이 당시 권력 2인자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장녀 예리와 결혼하며 혼맥 관계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이 두 사람의 결혼은 고 육영수 여사가 직접 중매를 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성격차이로 이혼한다.


76년에 막내딸인 미향은 고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자의 차남이었던 영인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허영인은 현재 SPC그룹의 회장이다.


손녀 대까지 이어진 창업주의 화려한 혼맥


이 창업주 손녀들의 혼맥도 화려하다. 이동찬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이 창업주의 장손녀인 경숙은 1969년 고 이효상의 3남 이문조와 결혼했다. 이효상은 도쿄대를 졸업한 후 대구의 경북대학교 교수로 지내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5선 의원 출신의 국회의장을 지낸 인물로 이 창업주와 사돈을 맺을 당시 공화당 의장서리였다. 그의 아들 문조는 대구의 영남대학교 교수였고 지금은 은퇴해 명예교수로 있다.


한편 이문조의 장녀 문옥(고 이원만 창업주 외증손녀)은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박숙희의 며느리다. 이 창업주의 사돈인 허창성의 외동딸 역시 박숙희의 며느리가 되어,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자와 겹사돈이 되는 셈이다. 이로써 이원만→이효상→박숙희→허창성→이원만으로 이어지는 순환혼맥의 울타리가 세워지게 된다.


둘째 손녀인 상희는 1973년 고 고흥명 한국파이롯트 회장의 외아들인 고석진과 결혼했고 이 창업주의 셋째 손녀인 혜숙은 1975년에 고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인 동혁과 백년가약을 맺게 된다. 동혁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컬럼비아대 석사를 마치고 고려해운 회장을 역임한 후 2004년에 은퇴했다.


넷째 손녀인 은주는 1978년 신병현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의 외아들인 영철과 가정을 꾸렸다. 당시 신병현 전 부총리는 대통령 경제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었고, 이후 한국은행 총재와 상공부 장관, 무역협회장, 은행연합회장을 지냈다. 그리고 이 창업주의 다섯째 손녀인 경주는 사업가인 최윤석과 결혼했다.
반면 이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이 창업주의 장손인 이웅렬 현 코오롱 그룹회장은 1983년 서창희와 결혼했다.



서창희는 고급벽지로 유명한 동남갈포공업 서병식 창업주의 장녀다. 두 사람은 이웅렬 회장의 큰누나인 경숙이 중매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 그룹의 여자들은 모두 이화여대 출신이다. 경숙과 창희 두 사람 역시 이화여대 사회학과 선후배 사이다. 이웅렬 회장과 서창희 부부는 슬하에 규호, 소윤, 소민을 두고 있다.


4세 경영 스타트?


코오롱 그룹의 장자 승계 경영방식은 확고하다. 이원만 창업주에 이어 장남인 이동찬 명예회장, 현재 장손인 이웅렬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고 있다. 이 외에 다른 직계 자손들이나 방계들은 모두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들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의 4세대 경영 승계자인 이규호 역시 이웅렬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경기도 동두천의 제6포병여단에 있다 레바논 UN 평화유지군 동명부대로 파견을 다녀온 후 지난해 전역했다. 그 후 작년 11월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다 최근 코오롱글로벌에서 일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오가며 그룹 전략을 그리고 있는 안병덕 현 코오롱글로벌 대표가 이규호 차장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장자 상속 전통의 코오롱그룹은 이규호 차장이 경영진에 본격 합류할 경우 4세 경영 시대를 열게 된다.
한국 섬유화학의 역사와 함께한 코오롱그룹은 현재 지주회사 코오롱을 중심으로 상장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건설, 코오롱플라스틱,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아이넷,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등 40개의 국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건설과 생명과학, 패션, 화학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자산규모 약 10조·재계순위 29위의 국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코오롱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되기 전 이웅열 회장의 지분은 13.5%에 불과했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이웅열 회장 주식을 처분하면서 코오롱의 신주를 취득, 현재 이웅열 회장은 코오롱의 주식 44.06%를, 이동찬 명예회장은 8.4%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웅렬 회장-지주회사-자회사로 이어지는 구조를 공고히 하여 코오롱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확고히 해 그룹 전체 지배권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코오롱 그룹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데에는 창업주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경영자들의 각고의 노력과 혼맥을 통해 이어진 정권실세와의 관계, 그리고 경영권 분쟁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통해 체득한 장자 경영 승계 원칙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코오롱이 대기업을 넘어 장수기업이 되기 위해선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능력 있는 후계자를 선정하기 위해선 장남·차남, 남성·여성, 가족·전문경영인을 구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칼 포퍼는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개방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웅렬 회장은 그룹 경영을 책임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06년부터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인 ‘KSDP(KOLON Successor Development Program)'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처럼 후계자 양성에 대해 열린 사고를 보이고 있는 이웅렬 회장이 자신의 장녀 이소윤과 차녀 이소민에 대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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