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전까지 업무 수행…업무공백 최소화"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포스코 정준양 마져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이석채 KT 회장의 사퇴에 이어 불과 10여일만의 일이다.

외풍과 외압이 전혀 없었다고 하지만 사실상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 회장은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으며,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와 소문이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이사회를 중심으로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로써 정 회장은 지난달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WSA) 연차총회에서 제37대 협회장으로 선출됐음에도, 이 임기(2년)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부 지분 하나 없어도‥'감' 놔라 '배' 놔라


하지만 이석채 회장에 이어 정준양 회장까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옛 공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압력 행사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의 거취 문제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 끊임없이 불거져 왔다. 두 사람 모두 임기가 2015년 3월까지로 1년 반이나 남아 있지만, 그동안의 전례상 새 정부와 함께 포스코와 KT에도 '새로운 리더'가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져 왔다.


각종 징후도 많았다.


최근 국세청은 이례적으로 3년만에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과 오찬 명단 등에서 정준양 회장이 잇따라 제외됐다. 이미 시장에선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2009년 초 이구택 포스코 회장도 이명박 정부의 퇴진 압력설에 시달리며 세무조사 로비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스스로 물러난 전례도 있다.


무엇보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사퇴로 인해 'CEO 리스크'가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국내 최대 민영화기업인 포스코와 KT에 대한 '근거없는 흔들기'는 향후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재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진에 대한 근거없는 흔들기가 한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경영진에 대한 불안감은 구성원들의 사기저하, 업무태만을 넘어 전반적인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 역시 "포스코의 사태에 대해 우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의 반복되는 CEO의 불명예 퇴진은 우리나라 전반적인 철강산업 경쟁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대 세계철강협회장 중 자의든 타의든 중간에 사퇴한 이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정 회장이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물러난 것이 세계에 알려질 경우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과 이미지 하락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 업무 공백 최소화 주력

포스코 측은 이에 대해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14일까지는 정 회장이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며 "업무공백이 최대한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 소식에 포스코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당초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다음달 20일 예정된 정기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포스코 관계자는 "갑자기 이러한 소식을 듣게 돼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외부 인사가 새 CEO로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 CEO는 내부인물로 결정돼 온 만큼 지금으로썬 내부 인물이 CEO 자리에 오르길 희망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포스코는 이사회에서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CEO 선임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포스코 정관에 따르면 CEO는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가 CEO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 1인을 주총에 추천하고, 주총을 통과하면 다시 이사회를 열어 최종 선임된다.


내년 포스코 주주총회는 3월14일로 예정돼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