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vs 이부진 vs 이서현‥12월 사장단 인사에서 ‘윤곽’ 드러날 듯

기업 지배구조는 1960년대의 미국에서, 기업의 비윤리적, 비인도적인 행동을 억제한다는 의미의 문맥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그 후 분식결산 등 투자자의 관점에서 본 기업 스캔들의 방지 등을 뜻하는 것으로도 사용됐다. 여기에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어떻게 기업 조직을 구축할 것인가 하는 의미도 첨가됐다.


국내에서는 재벌들이 부를 어떻게 증식하고 이 부와 경영권이 어떻게 승계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주주권 보호장치, 이사회의 규율기능, 감사 등의 내부통제기능, 회계 및 공시제도에 의한 경영 투명성 확보를 통해 오너 일가의 부가 정당하게 세습되는지 파악하는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스페셜경제>는 재계 지배구조 분석을 통해 현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가 어느 선까지 진행됐는지 살펴보는 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두 번째로 삼성그룹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3세 경영 ‘서막’…일감 몰아주기, 내부거래 비중 ‘줄여’
외신, “이재용 부회장 시험대 올라”‥이건희 회장 넘어야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것으로 보여 진다. 삼성그룹은 재계 1위지만 자산승계율은 22.8%에 불과해, 경영권 승계 작업이 타 기업에 비해 다소 늦은 편에 속한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씨가 총 12조4262억 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반면,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각각 2조5474억 원, 6370억 원, 4883억 원으로 총 3조6727억 원이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있는 에버랜드가 최근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해석과 더불어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총수 일가가 최근 일감 몰아주기 등의 논의 속에서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상장사 30%)이고 내부거래액이 매출액의 12% 이상(거래액 200억 원 이상)인 경우 공정위의 감시 및 규제 대상이 된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30%를 넘는 계열사의 지배주주(지분 3% 초과 보유자)에 증여세를 물리는 내용이 골자다. 일감 몰아주기 결과에 과세해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위법 행태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상 일감 규제와는 차별된다.


에버랜드 지배구조 변화 ‘주목’


에버랜드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외식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 ‘삼성웰스토리’라는 별도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또 건물관리 부문은 에스원에 매각키로 했다. 제일모직은 처음 결정대로 패션사업부문을 에버랜드에 양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에버랜드의 사업구조 개편이 시사하는 것은 당장 오는 12월 있을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명확해지겠지만 당장 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이 임박했다는 점과 아울러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에버랜드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외식 및 건물관리 부문을 양도, 매각하면 내부거래 비중이 더 낮아져 패션사업 부문을 인수해도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기업에서 자칫 중소기업 사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외식, 건물관리 부문을 따로 떼어냄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을 부분을 해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흡수합병 절차는 에버랜드뿐만 아니라 계열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삼성SDS는 삼성SNS를 내달 중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합병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SDS는 삼성SNS를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는데 삼성SC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이 45.7%로 내부거래 비중이 455.6%에 해당돼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 된다.

하지만 삼성SDS와 삼성SNS가 합병되면 오너 일가의 지분이 19.1%로 낮아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게 된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이 넘을 경우 공정위는 내부거래 매출액의 12% 이상부터 규제 및 과세를 담당하게 되는 데 이번 합병을 통해 이런 부담을 덜게 된다는 것이다.


삼성 핵심키워드‥‘에버랜드’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 양도를 신호탄으로 여러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도 및 분할, 합병이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그룹 내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삼성그룹 내 계열사가 그룹 밖에 있는 기업이나 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지난 8월 제일모직이 노바엘이디를 인수했던 사례처럼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 사업을 주고 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내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는 조심스런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후계구도와 연관된 사업이 정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가 2008년 이후 몸집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의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로, 특히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의 규모는 2008년 이후 눈에 띄게 커졌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에도 자산규모와 임직원을 크게 늘렸다는 데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2008년 말 3조8천24억 원이었던 자산은 작년말에 6조6천589억 원으로 75.1% 늘어났고 같은 기간 임직원수도 3천636명에서 5천389명으로 48.2% 불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6월말까지 181명이 순증해 5천570명으로 불었다.

특히 최근에는 건설사업 인력을 대거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일모직과 영업양수를 하면서 규모는 더 커진다. 영업인수가 완료되면 삼성에버랜드의 자산은 8조5천 억원을 넘고, 임직원은 7천명 수준이 된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가 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만큼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65%를 넘는다.

6월말 기준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25.1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각각 8.37%를 가지고 있다. 또 삼성그룹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65%를 넘는다.


그룹 분할 시나리오 나오나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영업확장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3남매간 역할조정, 나아가 향후 그룹의 분할과 연결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 및 금융계열,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등 서비스 계열, 이서현 부사장이 제일기획과 제일모직 등을 맡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서현 부사장이 거취에 따라 경영승계 시나리오는 달라진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서현 부사장이 제일모직에 남아 기초 및 전자 소재 등을 집중적으로 키운다면 삼성전기와 더불어 삼성전자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은 이서현 부사장과 이재용 부회장과의 연관성이 커지면서 3각 분리 경영권 시나리오에 금이 갈 수 있다.

하지만 패션에 애착이 강한 이서현 부사장이 제일모직에 남기 보다는 에버랜드에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에버랜드로 옮겨 패션사업을 전담하게 되면 소속이 제일모직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바뀌지만 역할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

이 부사장이 패션사업을 그대로 맡게 되면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삼성그룹의 ‘3분 방안’도 여전히 유효하게 된다.

제일모직의 경우 전자소재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만큼 전자계열사로 분류돼 이재용 부회장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이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에버랜드에서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맡고 있는 상황이어서 두 자매가 한 회사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모습이 된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힘을 합쳐 이재용 부회장과 지분 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자리를 확보한다는 설이 떠돌고 있다.

이러한 설에 나오는 배경에는 이건희 회장이 이부진 사장을 절대적 신뢰하고 있고 이부진 부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에 대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부진 사장의 힘을 키우려는 하나의 작업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서현 부사장이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윤곽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신, 이 부회장 “힘든 시험에 직면”


영국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1일 인터넷판에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력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힘든 시험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FT는 ‘삼성 후계자 이재용이 맞닥뜨린 험난한 투자 시험’이라는 기사에서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은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이 물려받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왕관의 보석’ 격인 삼성전자는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대부분의 분석가는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 직원을 포함해 투자자들이 이건희 회장의 성공신화와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조짐은 어린 시절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이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어갈 만한 능력이 있는 인물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45세인 이 부회장은 이 회장보다는 외향적인 인물로 알려졌으며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유학해 영어와 일본어에도 능통하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2007년 삼성전자 최고고객담당책임자(CCO)에 임명돼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정기적인 접촉 기회를 가졌고 2011년 잡스 추도식에 초대됐던 유일한 아시아인 경영자였다.

한편 FT는 “이 부회장이 미국 정·관계에서 맺은 인맥은 삼성이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버라이존과 같은 회사들의 지지를 얻어 현지에서 스마트TV 사업을 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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