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네끼리 다해먹고‥‘가재는 게편’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스페셜 경제=황병준 기자] 최근 동양그룹 사태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거진 가운데 동양시멘트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임직원들이 수년에 걸쳐 사외이사로 겸직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도 2001년6월부터 2010년3월까지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동양사태로 시중의 회사채와 CP(기업어음)등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도 위기에 놓인 부실기업 지원 부담까지 산업은행으로 넘어 오게 됐다. 또한 국정감사에서 동양사태에 대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위증 논란이 일면서 산업은행까지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 최근 동양사태로 불똥이 튀고 있는 산업은행을 짚어봤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동양그룹 5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동양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산 투자자들은 심각한 피해를 면치 못하게 됐다.


부행장, 사외이사 겸직

이러한 가운데 동양시멘트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부행장 등 임직원들이 3년여간 동양시멘트의 사외이사를 겸직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동양그룹 사태의 발단으로 지목되고 있는 2010년 동양시멘트와 골든오일 합병을 산업은행이 주도한 것을 두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윤태 산업은행 투자금융부문 부행장은 기업금융4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 3월부터 2년간 동양시멘트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또한 그의 후임으로는 권영민 기업금융4부장이 이어받았고 올해 3월까지 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 부행장이 동양시멘트의 부실을 불러온 골든 오일과의 합병에 산은이 찬성한 것을 두고 사외이사 역할론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또한 김 부행장은 사외이사 임기 중 20차례 열린 이사회 중 10번 참석해 모두 찬성 의견을 냈고 후임인 권영민 부장 역시 48번의 이사회 중 5번 참석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최선의 선택” 주장


권 부장은 “현직에 있어 바쁘면 못 갈 수도 있고 내용을 보고 중요하지 않으면 안 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반대할 이유가 없어 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부실 문제에 대해선 “당시의 경영적 판단 문제지 결과를 가지고 함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산업은행이 동양시멘트에 2200억원의 자금을 빌려준 주채권은행이라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직원이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임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채권단과 사외이사는 이해상충을 할 수 있는 관계여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동양시멘트 우회상장에 관여한 것을 두고도 책임론이 일고 있다. 2008년 당시 자금이 부족했던 동양시멘트는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리더스PEF를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산은 측은 동양그룹에 3,0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은 이 돈으로 상장사인 골든오일과 합병해 우회상장에 성공하게 된다.


임직원 동양시멘트 사외이사 겸직 논란…“감시 임무 충실”
산은 동양사태 책임 무엇(?)…몸 사리는 국책은행 ‘뒷짐만’



이 합병은 동양그룹 부실 확대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동원된 자금에 대해 10%가 넘는 이자는 고스란히 빚더미로 돌아왔고, 골든오일 인수로 진출한 자원개발 사업은 적자를 이어 가며 약 5,000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홍 회장, 동양증권 사외이사


홍기택 회장도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전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홍 회장은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재직할 당시 동양그룹과 계열사의 사금고 역할을 담당했던 동양파이낸셜대부를 동양증권의 자회사로 두는 결정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상근이사 2명,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돼 유일한 사외이사였던 홍 회장의 역할이 중요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 주식 취득안은 이듬해 2월 12일 이사회를 통과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그룹에 1조5,000억원을 빌려주면서 사실상 현 회장의 사금고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부터 올 상반기까지 1년 반 동안 동양레저에 7,771억원, 동양인터내셔널에 5,809억원을 빌려줬다. 또한 ㈜동양에서 350억원, 동양시멘트에서 100억원, 동양생명에서 200억원 등을 빌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다시 대출해 주기도 했다


홍 회장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경기고 4년 후배로 지난 2001년 6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약 9년간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산은 관계자는 “홍 회장이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것과 산은지주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산은과 동양의 채무 관계는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만큼 올해 초 부임한 홍 회장의 영향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몸 사려...’


최근 산업은행이 리스크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반 시중은행들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STX와 동양 등 대기업들이 최근 줄줄이 쓰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과거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월 STX팬오션 인수를 위해 예비실사를 펼쳤지만 두달 뒤인 4월 돌연 인수를 포기했다. 시장에서는 인수에 대한 기대감만 심어주고 돌아선 셈이다.



여기에 채권단과의 의사 결정도 더뎠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금융당국과 협조해 기업 지원 여부와 발향, 지원 규모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산업은행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때처럼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채권은행별 분담액을 정하고 속도를 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민영화’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정책금융기관’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으로 돌아가자니 이명박 정부 5년간 민영화를 위해 수익성을 추구하고 리스크를 관리했기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책금융공사 통합 우려


산업은행이 내년 7월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면 재정상태가 더 악화된다는 분석도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공사와 합병하면 5년 전 분리 당시 정책금융공사에 넘겼던 무수익자산 15조원을 다시 가져오면서 매년 6,000억원의 이자 부담을 져야 한다. 임정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통합기관의 정책금융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아직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의 총 자본금은 지난 6월 기준 17조7,000억원으로 정부 출자금이 9조2,500억원, 지난해까지 흑자로 남은 이익잉여금이 7조9,00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자본금을 추가 출자하는 등 국민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순수한 국책은행도, 시중은행도 아닌 모호한 위치라 자칫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에도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부실기업 지원에도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A등급 이하 회사채 규모는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동양그룹, 정부가 비호(?)


민주당은 25일 동양그룹 사태를 ‘희대의 금융사기극’이라고 규정짓고 “정부 당국의 비호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정권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부실기업 지원 부담 높아져…산은-정책금융공사 통합 화두
‘4자 회동’ 거짓말 돌려막기…위증 파문의혹 ‘진실’ 밝혀야



전 원내대표는 “‘동양 사태와 관련한 청와대의 대책회의가 없었다’는 게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청와대 경제수석과 동양그룹 회장, 산업은행 지주 회장 모두 한통속으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전 원내대표는 “동양사태는 희대의 금융사기극으로 정부 당국의 비호가 있었다”면서 “박근혜 정권은 동양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임직원이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에 대한 금지 규정은 없지만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최수현 감독원장 위증 논란…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위증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정감사의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왔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신제윤 위원장, 최수현 원장 그리고 홍기택 산업은행장 겸 KDB금융그룹 회장 등 4명이 동양그룹 문제로 만났지만 신 위원장과 최 원장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국정 감사에서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청와대와 금융당국을 둘러싼 진실 은폐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증인으로 참석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은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최 원장을 위증죄로 고발하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21일 국감에 앞서 “동양 관련 서별관 회의가 세 차례 있었고 청와대로부터 회의 사실을 부인하라는 지침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며 “종합 국감 때 반드시 조원동 경제수석을 출석시키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서별관 회의는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하는 비공개 경제정책회의다.


4인방 무슨 말 오갔나


앞서 최 원장은 지난 18일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만난자리에서 동양그룹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에 질의해서 받은 문서에는 ‘동 회동에서 산업은행은 동양 그룹에 대한 최대 대출은행으로 동양 그룹에 대한 대출 및 담보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고 적혀 있다”며 “산업은행이 동양 그룹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고 공식적으로 확인을 해줬는데 최 원장의 명백한 위증이다”라고 말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그날 모임에서 동양그룹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고 묻자 최 원장은 “아니다”라고 답했고 “산업은행이 김기식 의원에 보낸 문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다시 묻자 최 원장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정무위가 최 원장을 위증으로 고발할지 여부를 놓고 정회를 선언하자 최 원장은 질문 취지를 착오했다며 홍 회장과 조 경제수석을 만나 동양 그룹에 대해 논의했다고 정정했다. 최 원장은 “조원동 경제수석과 홍기택 회장을 8월 중하순에 만나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동양도 다른 그룹처럼 여신상태 등을 논의했지만 동양증권을 봐주기 위한 모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원장의 발언은 다시 바뀌었다. 김기식 의원이 “조원동 수석과 홍기택 회장을 만났을때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참석했느냐”고 묻자 최 원장은 “네”라고 대답했다. 최 원장의 이 발언으로 신제윤 위원장도 위증 논란에 휘말렸다.


신 위원장은 전날 금융위 국감에서 “동양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에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민병두 의원은 “서별관 회의에서 4자 회동(조원동 수석, 홍기택 회장, 신제윤 위원장, 최수현 원장)을 했다는 것인데 어제 신 위원장은 만난 적 없다고 거짓으로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기식 의원은 “최수현 원장의 거짓말은 홍기택 회장의 답변으로 드러났고 신제윤 위원장의 거짓말은 최수현 원장의 발언으로 밝혀졌다”며 “종합감사에서 조원동 수석까지 참석시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