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시아 꽃이 만발한 지난 5월 24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지양산 숲에서 양봉업자가 점성이 높은 양질의 꿀을 따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함/뉴시스)
[스페셜경제=이필호 기자] 사업실패, 건설현장에서의 사고 등 각자의 사정으로 한때 거리로 내몰렸던 노숙인 18명이 꿀벌을 키우면서 희망찬 재기에 도전한다.


서울시는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 ‘서울어반비즈’와 협력해 노숙인들이 도시양봉에 흥미를 느끼고, 중·장기적으로 전문적인 기술을 배워 자립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노숙인 도시양봉 프로젝트’를 시범운영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사라져가는 꿀벌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고자 작년에 설립된 도시양봉협동조합 ‘서울어반비즈(Seoul Urban Bees)’는 도시텃밭과 건물 옥상 곳곳에서 양봉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시양봉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코레일과 함께한 서울역 노숙인 청소단, 조선호텔과 함께한 노숙인 호텔리어 교육과정 등 민간단체와의 다양한 협력으로 노숙인들의 실질적인 자립을 도운 바 있다.


이번 서울시 ‘노숙인 도시양봉 프로젝트’는 노숙인 지원 센터와 노숙인 쉼터를 통해 양봉에 관심 있는 노숙인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선정된 노숙인들을 1~2차에 걸쳐 교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시는 서울역 브릿지종합지원센터와 영등포 희망나무 두 곳을 시범적으로 선정해 신청한 노숙인 18명에게 지난 9월부터 노들섬 노들양봉장에서 다섯 번의 1차 교육을 완료했다.


교육 참가자들은 ‘서울어반비즈’에서 활동 중인 양봉전문가 두 명과 함께 꿀벌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일부터 벌통 관리와 꿀 채집 같은 실습도 병행해 도시양봉전문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다졌다.


교육에 참여한 시설이용 노숙인 A씨(42세)는 “난생 처음 꿀벌들이 꿀을 만드는 과정을 보니 정말 신기했다”며 “열심히 일하는 꿀벌처럼 나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시는 1차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11월부터 두 달 간 노들양봉장과 서울시청에서 △동절기 벌통관리 △벌꿀을 활용한 가공품(천연밀랍초) 만들기 △내년 봄 대비 양봉장 정리 등 심화된 내용을 다루는 2차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숙인들에게 양봉기술을 전수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일본, 덴마크 등에서도 선보인 바 있고, 생산된 꿀을 판매해 창출한 수익을 취약계층 자활기금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박진 서울어반비즈 대표는 “참여 노숙인들의 열기가 대단하다”며 “도시양봉은 노숙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생명을 키우는 일로서 노숙인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활의지를 높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종필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노숙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데 ‘노숙인 도시양봉 프로젝트’가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시는 앞으로도 민·관 협력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노숙인들이 구체적 일자리를 구하는 실질적인 자립을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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