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 배우자, 가장 좋은 반려자

▲ 엄경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스페셜경제] 경험의 대부분은 살아가는 데 자산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혼이다. 이혼은 재혼의 반면교사가 되기도 하지만 신뢰를 무너뜨리는 ‘흉터’가 되기도 한다.

혹시 재혼이세요?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이혼상담을 하러 온 의뢰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나는 그가 초혼인지 재혼인지 알아차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 ‘재혼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맞다’고 대답한다. 이들은 두 번째 이혼을 위해 유리한 정황을 포착해 증거자료로 준비해 오기도 하고 마치 이혼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재혼 생활을 온전히 순수한 마음으로 임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런 경향은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특히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로 이혼을 하면서도 정작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거의 받지 못하고 이혼한 경우에 자주 나타난다. 여성의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현실과 이혼한 여성이 혼자 살아가기 어려운 실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1일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가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공동으로 이혼한 남·녀 586명(각 293명)을 대상으로 ‘전 배우자와 결혼생활 중 혹시 있을지 모를 이혼에 대비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취했던 조치 사항(복수선택 가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남성은 69.9%, 여성은 74.7%가 한 가지 이상의 사후 대비책을 준비했다고 대답했다. 사후 대비책으로는 ‘재산분배 대비 유리한 상황 조성’, ‘전문가와 이혼관련 협의’, ‘자녀 출산 억제’, ‘혼인신고 연기’ 등이 있었다.

적과의 동침

배우자 일방이 이혼에 대비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상대 배우자에게 드러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편이 아내가 이혼을 준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남편도 똑같이 이혼을 준비하거나 바로 이혼절차를 진행한다. 또다시 이혼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강한 거부감을 갖고 심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재혼부부는 초혼부부에 비하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훨씬 낮다. 초혼 실패의 충격으로 적과의 동침을 하며 재혼 생활을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혼이 초혼보다 이혼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두 번 이혼하는 부담감 때문에 우격다짐으로 재혼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경우 정신적,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어진다. 재혼 기간 보인 노력을 초혼 기간에 했더라면 애초 이혼은 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처음 만난 남자, 처음 만나 여자 즉, 초혼 배우자가 가장 좋은 배우자가 아닐까. 초혼 배우자를 잘 선택하고 초혼 배우자와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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