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화력 발전소 용광로에 설치할 카메라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단속 장비를 개발해왔는데, 고생한만큼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서 보람이 큽니다.‘인류의 행복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앞으로도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주)토페스 임철규 대표(56세)를 11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

‘이달의 기능한국인’ 일흔 한 번째 수상자인 임철규 대표는 (주)토페스를 자본금 1200만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체 근로자 97명, 총 매출액 160억 원에 이르는 강소기업으로 성장시킨 CCTV 제조기업의 전문기술인 출신 CEO다.

임 대표는 '56년 충북 음성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세살 때 앓았던 소아마비 때문에 다른 아이들처럼 맘껏 뛰놀진 못했다. 하지만 라디오나 온도계 등 새롭고 신기한 게 눈에 띄면 어김없이 분해하고 살펴봤다.

어려서부터 라디오에 흥미를 가진 임대표는 남산공업고등학교(現 리라아트고등학교) 야간 전기과에 입학했고 1학년 때부터 종로 3가에 있던 라디오·TV 수리 학원에 다녔다.

덕분에 일찌감치 갈고 닦은 실력으로 학교에서 열리는 각종 라디오 조립경연대회를 휩쓸었고,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 땐 라디오와 텔레비전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만 눈에 들어왔죠. 라디오를 조립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나중엔 선생님들도 오디오를 고쳐달라고 부르셨죠. 밤엔 학교에 가고, 낮엔 전파사 일을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전파사를 열어 돈을 벌 정도였으니 그의 실력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장애가 있던 임 대표에게 취업의 문턱은 높았다. 면접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진 것이다.

동네 전파사 주인에 만족할 수 없었던 임대표는 차별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했다. 그런 노력 끝에 드디어 '74년, 오디오를 만드는 (주)동진전기공업 생산부에 취직할 수 있었다.

입사 초기에는 생산라인에 배치되어 불량품을 수리하는 일을 맡았다. 회사의 제품을 수없이 뜯어보고 면밀하게 관찰한 그는 오디오 회로 설계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 불량률을 현저히 낮추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장 생산 경험은 물론, 실력을 고루 갖춘 개발자로 인정받은 임대표는 ’76년 오리엔탈전자공업 과장 직위에 스카우트 되었다.

임대표는 오리엔탈전자공업에 근무하면서 지금 이끌고 있는 기업의 주력 생산제품인 CCTV와 첫 인연을 맺게 된다. 생산 공정 감시를 위해 일본에서 수입해온 CCTV를 보면서 모니터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게 마냥 신기했던 임대표. 역시나 호기심이 발동해 열심히 분해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해도 원래대로 조립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임 대표는 ‘기술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76년 사내에 CCTV 개발팀을 꾸렸다. 그리고 1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77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CCTV를 개발하게 되었다.

생산과 개발, 공정관리부터 영업까지 섭렵한 임 대표는 CCTV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84년 CCTV 전문제조업체 오리엔탈전자시스템(주)(現 (주)토페스 전신)를 설립했다.

80년대만 해도 CCTV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고, 그나마 근로자 안전 및 생산 공정 감시에 사용되는 산업용 텔레비전 시스템(ITV시스템)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임 대표는 고객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주문 제작을 수주 전략으로 삼으며 기회를 찾았다. 그 결과, 생산라인의 감시용 카메라와 생산공정 감시시스템을 국산화시킬 수 있었고 중화학공업 및 대규모 제철소에 산업용 ITV 시스템을 공급했다.

’88년부터는 분야를 확대, 교통 통제장비 연구에 투자해 국내 최초로 무인 교통단속 장비 및 영상식 차량 검지기를 개발했다. ’94년부터는 이 기술을 상용화해서 전국의 사고다발 지역에 무인 교통단속 장비를 설치했다. 그 결과, 교통문화 선진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01년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동종 업종 간의 경쟁에 밀리면 회사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계속 개발을 해야 합니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분야를 노리고, 대량 소모되는 것은 만들지 않아요. 고객의 요구에 맞춰 거의 새로운 제품을 만듭니다.”

오리엔탈전자시스템(주)은 국내 설치된 무인 교통단속 및 교통정보시스템의 9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하기 위해 회사명도 (주)토페스로 바꿨다.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기술 개발에 투자한 결과, ’07년에는 미국 시카고와 무인교통단속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과 몽골의 ITS(지능형교통시스템) 사업에도 참여해 불법주정차단속 장비, 통행량 측정기기 등을 제공했고사고를 줄이고, 교통질서 확립을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10년에는 몽골 대통령의 훈장까지 받았다.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까지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임대표.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CCTV의 활용 범위를 생활 방범 영역까지 넓혔다. 어린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학교 앞 스쿨존에 ‘교통사고 유의지역 통합관리 시스템’을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직원들이 가장 든든한 파트너라는 임 대표는 ‘인류의 행복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100년 기업의 역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오늘도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달의 기능한국인은’ 10년 이상 산업체 근무경력이 있는 전문기능인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을 매월 1명씩 선정해 포상하는 제도다. 연중 수시로 추천받으며 한국산업인력공단 6개 지역본부 및 18개 지사, 고용노동부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구비 서류를 갖춰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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