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이혼상담을 하면서 30분 정도 말을 들어보면 이른바 ‘견적’이 나온다.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것인지 또는 이혼을 하고 싶은 것인지, 이혼을 하고 싶다면 이혼의 원인이 무엇인지(배우자의 외도, 가정폭력, 고부갈등, 장소갈등, 경제적인 이유, 성격차이 등), 위자료로 받거나 줄 돈이 얼마나 되는지, 재산분할로 주거나 받아야 할 돈이 얼마나 되는지, 자녀를 누가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는 법원에서는 친권자와 양육자를 누구로 정할지 등 이혼과 관련된 대부분의 문제를 파악하는데 30분이면 충분한 것 같다.


물론 의뢰인이 사실대로 말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나머지 시간은 이혼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이나 그 가족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이다.

가족법 전문 변호사인 엄경천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이혼의 마지막 이유는 부부 사이의 대화 불능”이라고 지적한다. ‘이혼의 초기 이유’와 ‘이혼의 마지막 이유’는 ‘대화불능’이라는 것이다.

배우자의 외도, 배우자의 폭력, 시부모나 장인장모의 간섭, 결혼 예물과 관련된 배우자나 그 부모의 부당한 요구 등 이혼의 원인을 찾는다면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부부사이에 대화만 가능하다면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부사이 원활한 의사소통 방법으로 부부문제에 관한 전문서적에서는 ①투명하고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라. ②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말은 피하라. ③공감하라. ④피드백을 제공하라. ⑤긍정적이고 격려하는 말을 많이 사용하라.는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이다. 부부가 잘 지내기 위해서 많이 배우고 많은 책을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멋진 남편 사랑스러운 아내로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뻔한 것’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 또한 마찬가지다. 고민한다고 또는 불만을 토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일을 가지고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문제인데, 애써 외면한다.


나는 상대방에게 줄 것이 없으면서 상대방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알고도 결혼했으면서 새삼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도 한다. 나는 상대방이나 그 부모에게 성실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나와 나의 부모에게 성실할 것을 요구한다.

부부 사이에 평화를 유지하려면, 남자와 여자가 비슷하지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선의를 가지고 스스로 진실하게 행동하고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최근 ‘남자는 못 푸는 문제’라는 것이 포털에서 ‘인기 검색어’가 되기도 했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뭐 이렇게까지 어렵게 살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결혼하기 전부터 대화가 되지 않아 다투는 경우가 많다면, 결혼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


두 사람 중 일방 또는 쌍방에게 대화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지만, 언어가 조금 다른 것이다. 일방 또는 쌍방이 나빠서가 아니라 서로 만지 않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부부사이에는 통역이 없다.


법무법인 가족 / 변호사 엄경천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