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가전쟁이 시작됐다. 거칠게 몰아치는 물가의 파고를 막아서기 위해 서둘러 '금리인상'이란 방패를 들이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음주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국내외 전망기관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3일 유럽중앙은행(ECB)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기준금리를 22개월째 동결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인플레이션 위험이 구체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한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장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인상이기 보다는 상반기의 '원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연합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2.2%에서 올 1월과 2월에 2.3%, 2.4%로 올라섰다. 이날 ECB는 올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3%로 올려잡았다.

◆계속되는 금리인상 =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리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이 지난 2일 기준금리를 0.5%p 올려 올들어 두번이나 인상했다. 다음달 19~20일에 추가인상할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월 8일에도 기준금리를 0.25%p 올렸다. 올들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지급준비율을 6차례, 금리를 2차례 각각 인상했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통화량 팽창으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5%에 이를 것"이라며 올해 세 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25일에 인플레이션과 유가급등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2008년 12월이후 2년여만에 처음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고물가 전망이 계속되고 국제유가 급등으로 러시아로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며 인상이유를 설명했다.

태국도 다음달에 금리를 추가인상할 전망이다. 태국은 지난해 7월, 8월에 이어 12월에 금리를 0.25%p씩 올렸고 올들어서도 1월에 0.25%p 상향조정했다.

반루에삭 푸사랑시 태국 CIMB은행 부회장은 "리비아 등의 정정불안으로 원유가격이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며 현재 2.5%인 기준금리가 연내 최고 4%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인상' 우세지만 = 다음 주인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금리 인상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중동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역시 대부분 금리인상을 전망하면서도 중동사태의 확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중동사태 진정가능성과 경제지표 호전을 이유로 '동결'을 주장했던 현대증권과 솔로몬증권이 '인상'으로 입장을 바꿨다.

단지 동양종금증권은 '동결'을 고수했다. 이철희 동양종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다음주 10일 사우디에서 시위가 예정돼 있는 등 중동사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또 금리를 올린다고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게 아닌데다 이달말로 예정된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종료의 영향도 봐가면서 금리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노무라는 "유가급등에 따른 총수요 감소 우려로 한국 정부가 팽창적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쓰면 중기적으로 인플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면서 "3월 금통위에서의 금리를 올리겠지만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 등을 고려하면 동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식품가격의 안정 조짐, 추가 원화절상 여력 등을 감안할 때 국내물가가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3월에 0.25%p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던 기존의 전망을 '동결'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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