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 지역의 정권 교체를 수반한 민주화 운동의 확산이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 등으로 확산되면서 국제유가 및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일상적으로 정부에 불만을 품어왔던 중동 각국의 시민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뭉치고 군부도 이들에 대한 진압 명령을 무시해 정권이 무너지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1. 중동 민주화 도미노의 파장

리비아가 내전 상황으로 돌입하면서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공행진을 보이고 각국 주가도 일제히 하락하는 등 세계경제의 향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 지역의 민주화 운동이 정권 교체를 수반하면서 요르단(내각 총사퇴), 예멘(현 대통령 출마 포기), 이집트(대통령 사임), 리비아(내전 양상)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리비아의 경우 세계 15위의 주요 산유국이자 12위의 원유 수출국이기 때문에 국제석유 시장에 대한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그 밖에 중동 국가들의 경우도 바레인, 알제리, 이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지에서 크고 작은 민중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향후 중동 지역의 민주화 운동이 어디까지 확산되고 국제유가가 세계경제를 위협할 수준으로 급등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서 어려움이 많으나 이하에서는 이번 중동 사태의 원인과 중동 각국의 상황을 살펴본 다음 국제석유 시장 및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도록 한다.

중동 사태의 원인과 주요 특징

이번 중동 사태의 시발이 된 튀니지의 경우를 보면 길거리에서 야채를 팔고 있던 대졸 청년 실업자가 경찰의 단속에 항의하면서 분신자살 한 것이 걷잡을 수 없는 민중 봉기로 이어졌다. 30%를 넘는 젊은 층의 실업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장기 집권했던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고실업과 독재정권의 부패 및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작년 봄 이후 식량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고조로 인해서 이집트 등 중동 각국 서민들의 생활고가 극심해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었다.

물론 독재 정권에 대한 이러한 불만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집트의 경우 식량가격 급등기에 폭동이 자주 발생했던 국가이며, 독재 정권은 그 동안 비밀경찰 등의 운영을 통해 시민들의 반발을 억눌러 왔다. 그러나 이번 중동지역 민중 봉기의 경우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는 특정 정치세력이 명확한 구심점이 되었다기보다는 일반 시민들이 대규모로 일어서면서 정권을 위협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민들을 광범하게 연계시키는 매개체로서 페이스북, 트위터, 휴대폰 등의 각종 네트워크가 활용되었다.

따라서 이집트나 튀니지 정부로서는 특정 정치세력을 테러 분자로 지정하면서 철저하게 탄압하는 수법이 통하지 않고 직접 막대한 시민을 상대해야 할 부담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을 가진 민중봉기에 대해 이집트 군부가 시민을 상대로 한 정부의 진압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도 정권 붕괴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으며, 이러한 군부의 명령 불복종은 리비아에서도 발생했다.

민주화 도미노의 확산 가능성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민주화 운동의 원인과 전개 방향을 고려할 때 이것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잠재성은 큰 것으로 판단된다. 그 동안 정권에 대한불만을 품어왔던 중동 각국의 시민들이 강대한 독재정권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여 자신감을 가진 데다 각국 군부의 경우 시민들에게 직접 총을 겨누는 것은 수치스럽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민중 봉기의 원인은 △ 독재에 대한 불만 △ 고실업 및 고물가에 따른 생활고나 소득 양극화 △ 그리고 이러한 불만을 가진 시민들이 응집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의 네트워크 환경 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3가지 측면에서 중동 국가들의 시위 파급 가능성을 비교 분석할 수가 있을 것이다.

우선, 중동 국가들의 민주화 상황에 관해서 살펴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 중동 국가 중에서 최하위 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청렴도 측면에서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50위권으로서 중동 국가 중에서 높은 편이며, 선진국이면서 67위에 머물고 있는 이탈리아보다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 번째로 국민생활고 측면에서 보면 이집트, 튀니지와 함께 알제리가 식량 순수입의 GDP 비중이 5%를 넘는 높은 수준을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의 국제 식량가격의 급등이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UAE도 4.1%, 오만 3.9%로 높은 편이지만 UAE의 경우 1인당 소득이 5만 달러, 오만은 2만 달러 수준이어서 높은 소득으로 식량가격의 급등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집트, 튀니지, 알제리의 경우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 이하에 그쳐 생활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원유 생산량이 큰 중동 국가의 경우 이란, 이라크를 제외하면 재정흑자나 재정균형을 기록하고 있어서 석유수입에 뒷받침된 재정지출로 보조금을 주고 생필품 가격을 안정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실업률의 경우 카타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들이 만성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생활고 측면에서 보면 카타르, 쿠웨이트,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양호하고 이란, 수단 등이 불안한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의 원인인 인터넷 사용 환경을 보면 UAE, 바레인 등이 선진국 수준의 높은 인프라 환경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타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이란 등의 경우도 이집트보다도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며, 알제리는 이집트와 비슷한 환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터넷 환경 측면에서 보면 중동 대부분의 국가는 이집트에서 일어난 것처럼 일반시민들이 가상공간을 이용해서 조직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란, 수단,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가 초점

이상과 같은 중동 민중봉기의 원인에 대한 각국의 취약성을 종합적으로 보면 식량불안을 포함한 물가상승 압력과 실업 문제는 경제고통지수로 서로 통합해서 확인할 수 있으며, 독재정권의 불안정성은 민주화 수준과 청렴도 지수를 합성하여 점수화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 안정성이 낮고 경제고통지수가 높아 정치 불안이 확산될 수 있는 ‘고위험국’으로서 리비아와 함께 수단과 이란을 지목할 수 있다.

리비아의 경우 2010년 기준으로 1인당 소득이 1만 1,351달러로 튀니지의 4,288달러, 이집트의 2,533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으나 1990년대까지 계속된 국제적 경제제재 조치의 후유증이 남아 있고 이로 인한 산업부진과 20%를 넘는 고실업에 고전하는 상황이었다.

수단의 경우 10%를 넘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 20% 수준의 실업률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바실 대통령이 2015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남부 지역의 독립을 허용, 오는 7월 9일에 신생 독립 국가가 탄생하게 되는 등 유연한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위기를 모면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의 불만이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1989년에 쿠데타로 등장한 바실 대통령이 장기집권 하면서 남부 지역의 대량학살, 경제부진으로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란의 경우 주요국의 경제제재 조치도 있어서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 하다고 할 수 있다. 2008~2009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2010년에는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실질경제성장률이 2~3%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 20% 이상, 실업률 14% 정도로 전망되는(Global Insight, 2011.1) 등 경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야당 세력의 시위도 빈발하고 있다. 다만,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중동 각국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대 구미 대결 외교 및 대국화 노선을 통한 국민통합 효과가 체제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야당 세력인 ‘개혁파’의 캐라비 전국회의장은 리비아 사태도 있어서 자신이 추진했던 반정부 대규모 시위를 지난 2월 22일에 스스로 중지시켰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등은 경제적 고통은 양호한 편이지만 정치적 불만이 크고 ‘잠재적 불안국가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알제리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정권 핵심부로서 활동하고 1999년 이후 군부와의 친밀한 관계를 기초로 장기 집권하고 있는 부테푸리카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시위가 확산되어 지난 2월 24일에는 1992년 이후 계속되고 왔던 국가비상사태 선언이 해제되었다. 부테푸리카 대통령이 개헌하면서 3선 출마하여 재집권한 데 대한 불만도 존재하는 가운데 국가비상사태 선언 해제가 어느 정도 국민들의 호응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정치 민주화 점수가 낮게 평가되고 있으나 정부의 청렴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재정기반도 확고하기 때문에 정권이 쉽게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패널 데이터를 이용한 체제 이행 모델 분석 등에서는 독재정권 의 유형 중 리비아와 같은 △ 개인지배가 가장 취약하고 그 다음으로 △ 단순한 군부지배가 취약한 반면 △ 군주제는 △ 개인 ·군부·당의 복합지배와 함께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의 군주제의 경우 원유수입을 기초로 한 소득분배가 체제 안정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를 고려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주제가 청렴도를 높이면서 복지에 신경 쓰는 등 상대적으로 스마트한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어서 이번 위기가 파급되고 무너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유형인 ‘상대적 안정국’으로 지목되는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군주제하에서 석유 및 가스 수출이 많은 국가들이다. 카타르의 경우 금년도 실업률이 0.7%, 쿠웨이트는 1.6%로 선진국보다도 낮을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양호한 상황이며, UAE도 금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동의 특수한 요인이 커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은 제한적

소득과 기회의 양극화로 인한 시민들의 박탈감 등은 중동 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각국의 물가, 실업률, 빈곤층에 관한 최신 데이터를 기초로 45개 개도국을 비교한 신경제고통지수를 보면 이집트보다도 지수가 높은 국가로서 베네수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키르기스탄, 파키스탄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에서 민중봉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중동 지역에서만 해당되는 정치적 원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사태에서는 이슬람원리주의자나 알카에다와 같은 국제 테러 조직의 영향력이 부분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요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바레인의 경우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친 이란계 시아파가 수니파 집권층에 대한 저항을 강화하고 있다. 미군에 의한 이라크 전쟁으로 수니파 후세인 정권이 축출된 이라크에서는 시아파 세력이 강화되면서 중동 전역에서 친 이란계 시아파와 친 사우디아라비아계 수니파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911 테러 이후 구미 각국의 이슬람교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이슬람 국가의 종교계 및 정치 세력을 강경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또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통해 중동 각국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을 실행하면서 중동지역의 독재정권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으며, 의도적으로 민주주의의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중동 각국 독재정권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건들을 고려할 경우 중동 이외의 중남미, 중앙아시아,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등의 신흥국에서도 소요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당분간은 중동 지역에서의 민주화 도미노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중동 사태 전개 시나리오별 국제유가 향방

중동발 정정불안에 상승 압력 높아지는 국제유가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세불안이 발생하기 전, 국제유가는 세계경기 개선에 따른 세계 석유 수요 증가로 인해 올해에 배럴당 90달러 내외로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세계석유공급의 38.1%에 이르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여 원유공급에 대한 차질이 우려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기상이변과 마찬가지로 예상하기 어려운 정세불안이 주요 산유 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에 분신한 청년인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올해 1월 5일에 사망하자 튀니지에서 벤 알리 대통령이 하야하는 등 반정부 시위가 심화됐다. 튀니지의 일일 산유량은 8만 6천 배럴로 세계 원유생산 비중의 0.1% 밖에 되지 않지만 이러한 반정부 시위의 물결이 중동 및 북아프리카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는 1월 중·후반까지 소폭 상승하였다.

이윽고 반정부 시위가 1월 25일부터 이집트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이집트의 일일 산유량이 세계원유생산 대비 0.9%로 매우 미약하지만 세계 원유 수송량의 2.3%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때문에 수송차질 우려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최근 들어서는 튀니지와 이집트와 달리 원유 순수출국인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심화되면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정세불안에서는 주변 산유국으로의 시위 확산과 수송차질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상승했다면, 리비아는 세계 12대 원유 수출국으로서 국제석유시장에 직접적인 공급차질을 유발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강한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리비아의 시위가 내전양상으로 격화되면서 원유생산이 평소의 절반 가량(85만 b/d)으로 줄어들고 원유 수출 활동도 위축되는 등 리비아의 고품질 원유의 공급 위축이유가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했다.

시나리오별 공급 차질의 예상 크기와 국제유가

국제석유시장에서 공급 비중이 높은 중 동 및 북아프리카 정세의 향방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전개 중인 리비아 등 이 지역 국가들의 행보가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국제유가의 움직임을 앞서 살펴본 중동 지역 정세 분석을 기초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예상해 보자.

● 소요사태 안정 시, 안정화 시나리오

리비아 사태를 정점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세불안이 안정을 되찾을 경우,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95달러로 안정될 것이다. 비록 원유수출 감소로 세계원유공급에 차질을 빚고는 있지만 리비아의 원유생산 비중은 2%로 크지 않다. 그리고 리비아발 원유공급 차질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세계 원유 여유생산능력이 리비아 원유생산 165만 b/d의 2.8배에 이르기 때문에 OPEC 국가들이 증산한다면 리비아의 공급차질 우려가 해소되면서 국제석유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 주변 중·소 산유국 공급차질 시, 순차적 위기 확산 시나리오

리비아에 이어 바레인, 수단, 알제리 등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배럴당 10~40달러 정도 추가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이들은 원유 생산량이 일산 2백만 배럴 미만인 중·소 산유국이다. 이에 다라 이들 국가가 순차적으로 원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앞서 위기를 겪은 산유국의 산유량이 순차적으로 회복될 경우에는 사우디 등 OPEC 회원국이 증산하면서 국제유가 상승폭이 배럴당 10달러 정도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중·소 산유국에서 정세불안이 동시에 발생해 원유공급 차질이 겹친다면 국제유가는 현 수준에서 4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전망이다. 리비아, 수단, 알제리 등의 전체 원유생산량이 하루 364만 배럴에 이르는데, 이만큼의 원유생산이 한꺼번에 중단될 경우에는 세계 원유의 여유생산능력이 108만 배럴(세계수요 대비 1.2%)로 줄어들면서 2008년 수준(148만 배럴, 세계수요 대비 1.7%)보다 더욱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정세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원유공급 여력이 급속히 위축되고 공급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2008년 7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WTI 기준)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 주요 산유국 공급 차질 시, 제3차 오일쇼크 시나리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거대 산유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공급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서면서 제2차 오일쇼크 이상의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산 860만 배럴, 370만 배럴로 세계 원유 생산에 대한 비중이 각각 9.8%, 4.2%에 달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여유생산능력은 세계 전체의 80.2%에 달한다. 지금까지 원유공급 차질이 가장 크게 나타났던 시기는 이란 혁명이 발생한 1978년 11월부터 6개월간으로 560만 b/d(세계 원유 소비량 대비 8.7%)에 이른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생산과 수출이 전면 중단될 경우에는 원유공급 차질이 사상 최고(세계 원유 소비량 대비 9.8%)를 기록할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과거 1, 2차 오일쇼크 당시에 나타난 상승폭을 넘어설 전망이다.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1차, 2차 오일쇼크 시기의 국제유가 상승률은 최고 유가 기준으로 각각 134.6%, 166%이다. 현재 배럴당 국제유가(두바이유 3월 2일 기준, 배럴당 109.04)에 1, 2차 오일쇼크시기의 유가 상승률을 그대로 적용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256달러~290달러에 이른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심각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2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의 경우에는 원유생산 비중이 사우디보다 작아 국제유가 급등폭도 사우디 공급차질에 따른 유가 상승폭 보다 작게 나타날 것이다.

3. 세계 및 국내 경제에의 영향

국제유가 급등과 향후 중동 위기의 확산은 세계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는 리만쇼크의 후유증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2010년에 4%를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2010년 하반기에는 미국의 양적금융완화 정책에도 힘입어서 더블딥 우려를 불식하여 2011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사실, 지난 1월 25일에 발표된 IMF의 세계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1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0.2% 포인트 상향 수정된 4.4%, 미국이 0.7% 포인트 상향 수정된 3%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급등은 이러한 세계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동 정세의 여파로 불투명해진 세계경제

급격한 원유의 공급차질과 이에 따른 유가 상승은 세계 및 국내경제의 생산 차질을 가져와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세계적으로 원유는 운송부문에 60% 이상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에 따라 유가 상승은 기업 측면에서는 주로 유통과정에서의 물류비를 상승시켜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 상승, 석유화학 부문의 원료가격 상승이 산업 전체의 비용 상승으로 확산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교통 및 난방비 상승에 따른 실질구매력 감소로 실질소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197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급격한 원유 생산 감소(전년대비 1% 이상 감소)와 이에 따른 급격한 유가상승은 1, 2차 오일쇼크기와 1999~2000년 기간 등 세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유가상승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경제에서 원유소비가 차지하는 비중, 즉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가 높을수록 유가상승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큰 것으로 평가된다.

1970년대 중반 1차 오일쇼크 시기에는 유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가 1973년 1.7%에서 1974년 4.1%로 급격히 높아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 성장률은 2년 동안은 그 이전의 평균적인 성장 추세에 비해 약 1.7%p 가량 하락한 바 있다. 2차 오일쇼크 기간 중에는 유가 급등으로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가 7.9%까지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이 이후 4년간 연평균 1.3%p 하락했다.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는 오일쇼크 기간 중 초기에 크게 높아지다가 이후 완만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세계경기의 급락으로 원유수요가 줄어들면서 유가의 추가적인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유가상승이 세계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말 유가 하락기간 이후 이를 막기 위한 OPEC의 감산이 다시 유가를 급격히 상승시키면서 유가가 1999년 이후 2년간 60% 가까이 상승했지만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가 2%대에 그쳐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는 다시 4% 대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고유가 기간보다는 낮지만 1차 오일쇼크 시기 수준으로 원유의존도가 다시 높아졌기 때문에 유가상승에 따른 경제에의 충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 2차 오일쇼크 기간의 유가상승기 중 연평균 유가는 70% 가량 상승했으며 이 기간 중 세계경제 성장률이 장기추세에 비해 하락한 정도는 약 1.6%에 달했다. 이에 따라 유가 10% 상승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률 변화의 탄성치가 약 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쇼크 시기, 유가상승이 성장에 미친 효과가 올해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할 때 앞에서 살펴본 △ 순차적 위기파급 시나리오의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 효과는 0.2~0.9%p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 3차 오일쇼크 도래 시에는 성장률 하락 효과는 1.4%p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과 함께 최근의 각종 원자재 가격 급등세도 겹치면서 고물가 속의 저성장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다만, 세계경제가 아직 리만 쇼크 이후의 금융부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급격한 유가 상승 시에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급락이 빨라질 수 있고 이에 따른 각종 원자재 가격의 급락도 시차를 두고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도 이것이 과거 제1, 2차 석유파동기와 같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선진국경제 등에서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재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요국들이 유가 및 물가 급등 시에도 금리인상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등 정책적 대응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에 미치는 충격 더 클 듯

국내경제는 세계경제에 비해 유가상승에 따른 성장률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난다. 우리경제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또한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산업의 비중도 높다. 1, 2차 오일쇼크 기간 중 유가의 10% 상승에 따른 성장률 하락의 탄성치도 0.7%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상품 구성이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부문과 관련 부품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고유가에 따른 우리경제의 충격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유가상승 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지비 부담이 가중되는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우선적으로 크게 위축되고 이와 함께 소비 부담이 큰 내구재 수요도 미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차 오일쇼크 기간 중 미국의 소비구조 변화를 보면 자동차 소비가 연평균 15%p 이상 줄어든 가운데 가구와 가전 등 내구재 소비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순차적 위기 파급 시에는 경기 하강 추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크며 3차 오일쇼크 도래 시에는 성장률 급락이 불가피하다.

유가상승은 국내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2008년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볼 때 유가 10% 상승은 국내물가를 0.7% 상승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2008년과 지난해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가 유사한 점을 감안할 때 상승효과가 올해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산업연관표를 통한 분석은 기대인플레이션 변화나 유가상승이 성장률에 영향을 미쳐 다시 총수요압력을 떨어뜨리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만약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크지 않고 고유가로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유가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더 낮아지게 될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중동 정세 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심각한 위기가 국내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지난 2008년의 정점인 배럴당 147달러를 넘는 것도 금년 중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중동 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등의 거대 산유국으로까지 파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건실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도 석유자원의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산유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로서는 중동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원유수입선의 다변화, 대체 에너지의 개발 및 보급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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