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채이배, 오신환, 권은희 의원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 패스트트랙 법안과 관련한 바른미래당 비공개 의총을 끝내고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일괄지정 문제를 두고 바른미래당이 20일 내홍을 이어갔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규탄하는 가운데 김관영 원내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가 여전히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분위기는 사실상 반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당론 의결이 의무는 아니라는 발언을 한 데 이어 “패스트트랙을 추인 받지 못하면 원내대표를 그만 두겠다”고 배수진을 치자 반대파 의원들은 “해당(解黨·害黨)행위를 한 김 원내대표를 징계해야 한다”며 맞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은 바른정당계 좌장으로 여겨지는 유승민 의원은 물론, 손학규 대표와 이준석 최고위원 등 원외 지도부 인사들까지 24명이 참석한 가운데 4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그동안 당 정체성과 이념을 두고 미약하게나마 파열음을 내오던 당이 패스트트랙 추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분석까지 나온 터라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일단 공수처 법안(형사소송법·검찰법) 등의 협상을 지속하다가 타결을 본 뒤 다시 의총을 열고 갈등을 봉합하겠다고 결론 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타결되지 않는 한 다음 의총 역시 찬반격돌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패스트트랙 추진 반대파는 당론의결이 의무가 아니라고 한 김 원내대표를 질책하며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면 당론 의결을 거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법은 과거에 다수당 횡포가 심할 때도 숫자의 횡포로 결집해 처리한 적이 없다”면서 “21대 국회에서 또 다수 세력이 나타나 자기 당에 유리하게 선거법을 개정하는 길을 처음 터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선거법이라도 패스트트랙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병국 의원은 “선거제 패스트트랙은 고육지책으로 할 수도 있지만, 당내에서 합의도 되지 않았는데 임의로 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상욱 의원은 의총에 앞서 C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의 진로가 걸린 일이고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생명도 걸린 문제를 당론 의결을 거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중요한 법안, 정책, 사안에 대해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당헌을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 지정과 김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찬열 의원은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속히 통과시키자”고 말했고, 주승용 의원은 “선거법과 2개 법안 연계도 가능하다”고 거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니 최종안이 나오면 무기명 투표라도 해서 결정하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창당 때부터 사사건건 충돌하며 쌓인 국민의당,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해묵은 갈등이 패스트트랙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 보고 있다. 심지어 뿌리가 다른 두 세력이 헤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이번 일로 바른미래당이 당장 탈당, 분당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상욱 의원은 “당헌을 파괴하고 문제를 야기했으면 나가도 그분들이 나가야 한다.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올바르게 주장한 사람들이 탈당한다고 소문이 만들어지는 게 의아하다”며 탈당설에 선을 그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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