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대출-수사 중단 외압-정권실세 회유 의혹

우리들병원 인스타그램 캡처화면.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해 5~6월 동남아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가 같은 해 10월 국내에 입국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우리들병원에 대한 특혜 대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들병원이 지난 2012년 9월 산업은행 등을 통해 1400억원의 특혜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권 인사들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인데, 1부에서는 정치권 의혹제기와 산업은행이 대출을 내어준 방식 및 과정에 대해 짚어봤다. 2부에선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의 발단과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개입 의혹에 대해 들여다봤다. (석연치 않은 ‘우리들병원 1400억원’ 대출 논란[1부])


이상호-김수경-신모 씨


수사 중단한 경찰…靑은 알고 있었나?


산업은행과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의 말이 다른 연대보증인 제외 문제는 쉽사리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여기엔 산업은행 뿐 아니라 A은행도 얽혀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들병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A은행이 개입된 정황을 살펴보자면, 이상호 원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을 당시인 2012년 이 원장의 전처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은 동업자 신모 씨와 함께 고급레스토랑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해당 레스토랑 사업은 신모씨가 청담동 부동산(레스토랑 및 웨딩홀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레스토랑 대표인 김수경 회장이 채무자, 이상호 원장이 연대보증을 서면서 2009년 A은행으로부터 234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 원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선 레스토랑 사업 연대보증인으로 올라간 자신의 이름을 제외했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신씨의 동의가 필요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김수경 회장은 개인 사정으로 돌연 레스토랑 사업을 포기하려 했다.


이에 따라 이 원장과 김 회장 부부는 신씨에게 김 회장의 채무를 인수하고 연대보증인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했는데, 당시 신씨는 담보로 설정한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대출금에 대한 6개월 치 이자와 사업 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A은행 C지점에서 20억원의 추가대출을 요청했지만 대출금이 많다는 이유로 본점에서 거절당한 상황이었다.


신씨는 김 회장의 채무를 인수하고 이 원장을 연대보증인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20억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네이버 거리뷰 캡처화면.

연대보증 해지시킨 A은행 C 지점장…?


이 대목에서 사금융 알선 및 서류위조 등 A은행 개입 의혹이 발생한다.


A은행 입장에선 당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던 이 원장의 채무를 정리하기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당시 A은행 C지점 지점장이었던 고모씨는 이 원장을 연대보증인 지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조건으로 이 원장에게 15억원을 대출해준 뒤 이 원장 개인 돈 5억원을 더해 총 20억원을 신씨의 계좌 두 곳에 입금하도록 중간에서 다리를 놨다.


그러나 고씨는 이 원장이 신씨에게 주기로 한 돈 20억원 중 7억 2000여만원을 빼내 이 원장과 신씨 간 다리를 놔준 2개월 동안 발생한 연체이자를 갚는데 사용했고, 아울러 20억원이 신씨 계좌에 입금되기 전 이 원장의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해줬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A은행은 20억원 중 일부를 연체이자 등을 갚는데 사용한 것은 신씨 동의에 의한 것이라며, 신씨가 직접 서명한 서류 등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신씨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맞


결국 신씨는 고씨를 비롯해 A은행 몇몇 관계자들을 사문서 위조 및 사금융 알선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자신이 직접 서명했다는 서류는 위조이고, 고씨가 이 원장과 신씨에게 중간 다리를 놔주면서 이 원장에게 대출해준 15억원을 사금융 알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신씨는 검찰 수사에서 A은행이 이 원장의 연대보증 지위를 해제시키기 위해 먼저 이 원장에게 해당 계획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자신의 서명까지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6년 1월 A은행 C지점 관계자들을 사금융 알선 및 사문서 위조로 불구속 기소했고, 2017년 법원은 사금융 알선만 유죄(벌금형)로 인정했다.


당시 고씨 측 변호인은 노무현 정부 당시 사정비서관을 지냈고,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도 몸담았던 신모 변호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 뒷배 윤모 총경…靑 근무시절 우리들병원 대출 관련 보고 받았나?


사금융 알선 및 사문서 위조로 기소된 고씨 등은 사금융 알선에 대해서만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신씨의 변호인은 고씨 등이 이상호 원장을 연대보증인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문서를 위조한 정황을 발견한다.


이에 신씨의 변호인은 사문서 위조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경찰에 제보했고, 경찰은 신씨 변호인의 주장이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제출된 증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까지 함께 불거진 것이다.


2017년 하반기 서초경찰서는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범죄정보과에도 관련 제보가 넘겨지는 등 내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본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주간조선>의 지적이다.


경찰이 내사를 벌였던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관리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보고가 됐다는데, 당시 우리들병원 의혹을 보고 받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은 경찰 소속으로 아이돌 그룹 빅뱅 승리와 그의 사업파트너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 가수 정준영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윤모 총경이라고 한다.


2017년 7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돼 2018년 8월까지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경찰청 본청 핵심 보직으로 영전한 윤 총경은 우리들병원 대출 건을 지속적으로 체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 관련 경찰 내사가 외압에 의해 중단된 게 아니냐는 것이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의 의심이고, 외압의 당사자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목되고 있다.


양정철 회유 시도?‥“만난 적 없다”


文 정권 실세로 지목되는 이상호와 김수경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고, 최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복귀 초읽기에 들어간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관여한 정황이 제기됐다.


양 전 비서관이 신씨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신씨와 A은행 간 법정공방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 전 비서관은 <주간조선> 측에 ‘신씨는 대선 때 종교계 일을 도와준 분이라 잘 알지만, 소송과 관련해선 잘 모른다. 대선 이후 신 씨를 본적도 없다’고 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막역했던 이상호…참여정부서 승승장구


이와 같이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우리들병원 1400억원 대출 논란은 문재인 정권 들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들병원 1400억원 대출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을 비롯해 야당이 의구심을 품는 이유는 ▶대출 승인을 위해 이상호 원장과 산업은행 그리고 법률자문을 맡았던 김앤장 간 연대보증인 제외 사전조율 의혹 ▶A은행 C지점이 사금융 알선 및 사문서 위조로 고소까지 당하면서 기를 쓰고 이상호 원장을 연대보증인에서 제외시킨 의혹 ▶경찰 내사 중단 의혹 ▶청와대 인지 여부 및 외압 행사 의혹 등 국책은행과 민간은행, 경찰, 청와대 등이 줄줄이 사탕처럼 엮여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는 이유는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과 전처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 문재인 정권 실세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우리들병원의 경우 2003년 1월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척추 수술을 받으면서 유명해졌다.


노 전 대통령이 1990년 우리들병원 고문변호사를 맡기도 했고, 이상호 원장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노 전 대통령과 이 원장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우리들병원은 노무현 정권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수도약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업 인수에 나섰는데, 제주도 돈내코 종합레저타운과 수도정밀화학, 한림창업투자, 에이치케이에셋, 한스바이오메드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참여정부에서 잘나가던 우리들병원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우리들병원 계열사인 우리들생명과학이 이른바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하면서 대박을 쳤고, 이상호 원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행사해 큰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文 대통령 회고록 ‘운명’ 기획한 김수경


이상호 원장의 전처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정치권에 끌어들인 인물로, 2012년 대선을 1년 6개월 앞두고 발간된 문재인 대통령의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고록 운명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노무현 친구 문재인’을 대선주자로서 우뚝 서게 한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김 회장은 2014년에도 ‘내 친구 노무현’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김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비서관,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변양균 전 실장 등과 꽤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전 비서관의 경우 문 대통령이 회고록을 집필 할 때 도움을 줬고, 탁현민 위원은 회고록 북 콘서트 기획자다. 변양균 전 실장은 이상호 원장과 부산고등학교 동기다.


이처럼 이상호 원장과 전처인 김수경 회장은 참여정부에서 승승장구 한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회고록 발간에 일조한 전력이 있고, 참여정부 및 현 정권 인사들과 두루 친하다보니 문재인 정권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권 실세로 지목되는 이들이 운영하는 우리들병원이 산업은행을 통해 1400억원이란 거액의 대출을 받다보니 의혹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11월 4일 김수경 전 우리들병원 회장 '내 친구 노무현' 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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