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해양수산부는 건강한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안전관리 강화를 명목으로 다양한 종류의 사업들을 시행한다. 소파(消波)블록 공사 또한 그 중 하나로, 연안에서 태풍이나 너울 등의 위험해 대비해 파력의 감쇠를 목적으로 방파제에 설치하는 이형의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작업을 말한다.


이러한 정부기관 발주 사업은 일정한 경우 국내 특허공법을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국내에 등록된 특허를 반영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에 반영된 제품과 입찰공고 시 등록된 특허제품이 국내특허에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지난 2016년 부산지역의 소파블록과 관련해 한 중소업체가 부산 조도·오륙도 방파제 공사에 설계·반영된 제품과 조달청이 입찰공고 시 등록된 특허제품이 다르다는 점에 의혹을 품으며 알려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행태가 정권이나 장관이 교체돼도 계속돼 왔다는 의혹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불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있는 지금 이와 관련한 의혹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테트라포드(Tetrapod) 소파블록. 일명 '삼발이'

■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용…한 업체가 전담


기존 해안가 등지에 설치돼 있던 소파블록, 일명 ‘삼발이’라 불리던 테트라포드(Tetrapod)의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몇몇 국내 기업들이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


소파블록 공사는 해수부에서 한 번 발주할 때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된다. 그러나 이러한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에 정부기관과 수주기업 간 불확실한 관계가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조달청에 따르면 소관사무가 해수부로 이관되기 전인 2013년 1월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이 발주한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는 2,095억 원에 달했고, 해수부로 이관된 지난 2015년 2월 해수부 산하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발주한 ‘부산항 조도 방파제 보강공사’와 ‘부산항 오륙도 방파제 보강공사’에는 각각 1,034억 원, 1,388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여기에 국내특허 보호 및 육성을 위해 지난 2012년 제정된 국가계약법을 악용한 사례가 전해지며 정부기관과 특정 수주업체 간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 △부산항 조도 방파제 보강공사 △부산항 오륙도 방파제 보강공사는 모두 H기업의 특정 소파블록으로 선정됐음이 드러났다. 공사금액만 해도 4,5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현행 소파블록 설계 및 계약 절차는 아래와 같다.


먼저 해수부는 특허공법을 선정할 설계용역사를 지정한다. 이어 설계용역사가 적용대상 특허공법을 선정하면 특허공법심의회의를 통해 적용대상 특허공법을 심의하게 된다.


이후 설계용역사는 심의회에서 통과된 특허공법으로 설계를 진행하고, 해수부는 조달청에 계약요청을 한다. 조달청은 해수부 요청에 따라 입찰공고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당시 해수부는 해당 H사의 기술력이 뛰어난 점을 선정이유로 들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뭇 다른 정황이 포착된다.


■ 입찰공고는 국내특허, 시공은 해외특허…무색해진 국내특허 보호 규정


설계용역사가 선정할 ‘적용대상 특허공법 대상업체 지정’은 국내특허 보호 및 육성이라는 관련 규정 취지에 따라 ‘국내 특허’를 보유한 업체라야 한다.


H사는 ‘씨락’이라는 국내 특허를 보유 중이다. ‘씨락’ 특허는 본래 일본에서 등록된 특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공개특허로 전환된 후 일본의 원 특허업체는 국내 기업과 함께 국내에서 공동특허를 등록해 국내특허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여기까지는 해수부가 말하는 ‘국내특허’의 범주 내에 포함된다.


문제는 실제로 공사에 적용된 제품이 해수부와 조달청에서 입찰공고한 특허와 전혀 다른 ‘씨락I’, ‘씨락VIII’를 반영한 제품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주기관이었던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산하 부산항건설사무소에 질의했다.


당시 부산항건설사무소는 “특허등록원부(특허청구의 범위·명세서) 및 변리사 감정서에 근거해 ‘씨락VIII’을 같은 특허권의 권리범위 내로 인정하고 심의대상으로 선정·심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허청에 따르면 ‘씨락I’은 국내에서는 특허가 아닌 디자인만 등록돼 있는데다가 심지어 ‘씨락VIII’는 국내에 특허등록이 된 흔적조차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형소파블록=일본 삼성수공업주식회사(三省水工業株式會社) 홈페이지 캡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설계용역사가 ‘적용대상 특허공법’ 선정 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국내특허공법’이라야 한다.


하지만 H사는 국내특허의 범주로 인정되는 ‘씨락’을 제쳐두고, 디자인만 등록돼 있는 ‘씨락I’과 특허등록조차 되지 않은 ‘씨락VIII’가 적용된 소파블록을 공사에 사용한 것이다.


■ 다가오는 인사청문회, 다음 장관에는 악순환 끊기나


해수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한 국회 관계자는 “사실이라면 신임 장관이 관심을 가지고 반드시 처리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정권이 교체되고 장관이 바뀌어도 부처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하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 8일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문성혁 후보자는 “해운산업의 재건, 어촌과 수산업 발전, 신해양산업 육성 등 주요 정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현장에 계신 분들과 긴밀히 소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해당 의혹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오는 26일로 예정된 해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후보자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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