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편의점 GS25를 운영하고 있는 GS리테일은 지난 15일 열린 정기 주주충회에서 하용득 변호사의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했다. 최대주주인 ㈜GS 지분이 65.75%에 달하지만, 감사?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대주주 의결을 3%로 제한하는 3%룰로 인해서 감사위원 선임이 불발됐다. 이러한 결과에 금융투자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중소형 코스닥 상장사 일로만 여겨졌던 감사 선임 부결 사태가 10대 그룹 계열사에서 처음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감사?감사위원 선임을 앞둔 기업에 있어서 GS리테일의 감사 선임 부결은 공포 그 자체인 상황이다.


19일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3%룰에 걸려 감사위원 선임이 불발된 상장사는 GS리테일, 진양산업, 디에이치피코리아, 연이정보통신, 씨유메디칼, 오르비텍 등 총 6곳이다. 주총 시즌 초입인에도 불구하고 벌써 상장사 6곳이나 감사 선임이 무산된 것이다.


지난해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한 곳은 총 76개사였다. 상장사협의회는 “이 추세라면 올해 154곳, 2020년 238곳이 이런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임에 발목을 잡은 3%룰은 지난 1962년 상법 제정 때 지배주주의 정횡을 막겠다는 이유로 도입된 것이다. 도입 당시에는 주식 거래가 많지 않았던 상황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앗다. 그러나 1989년 코스피 지수가 1000선을 돌파한 뒤부터는 주총에 관심이 없는 소액주주가 급증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족수 미달로 감사?감사위원 새로 선출하지 못하는 기업이 하나둘씩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 보안을 위해서 지난 1991년 새도보팅(Shadow Voting·의결권 대리 행사)이 도입됐다. 이로 인해서 주총 참석자가 적어도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여 주주의 찬성 반대 비율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017년 주주의 의결권 행사 보장을 이유로 섀도보팅을 폐지하면서 3%룰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이에 감사 선임을 앞두고 있는 상장사들은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의결권 대리행사 등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소액주주들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코스닥 상장사의 관계자는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찾아가면 ‘왜 개인정보를 요구하냐’면서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상장사 관계자 역시 “주주명부상 주소는 증권 계좌 개설 시점의 주소이기에 10곳을 찾아가 1~2곳 건지면 성공”이라고 부연했다.


때문에 지배주주를 견제하고 경영 투명성 확보하려는 3%룰의 도입에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너무 많은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장사의 경우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이후 1년 안에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게 되면 상장이 폐지된다.


주총 성립 노력을 기울이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는 있지만, 3%룰이 상장사들을 감사위원 선임 규정 위반 기업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3%룰 자체가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인 만큼 폐지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의결 정족수를 대폭 완화하되,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합병이나 분할, 재산 영업양도 등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의 경우는 특별결의 요건에 따르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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