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봉주 기자]사모펀드가 핵심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는 거대 자금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는 M&A(인수·합병)딜이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원화된 사모펀드를 통합하고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법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법 개정안이 4월경 국회를 통과하면 사모펀드가 혁신기업에 자본을 대는 모험자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사모펀드가 이렇게 성장하게 된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공모펀드 자금 흡수한 사모펀드, PEF 규제완화시 모험자본 기대감


사모펀드가 공모펀드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공모펀드 시장을 잠식하는 모습이다. 2016년 말 6조7000억원 규모였던 헤지펀드 시장 규모가 전월 말 기준 27조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2년 동안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4배 이상(302%) 커졌다. 반면, 공모 펀드 시장은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전문투자형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현재 4조3000억원 규모로 지난 2016년(4600억원) 보다 무려 3조8400억원(800%) 이상 증가했다.


경영참여형 PEF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PEF의 작년 6월말 약정액은 66조4000억원으로 2017년보다 6.1% 증가했다. 같은기간 PEF는 444개에서 501개로 12.8% 늘었다. 작년 상반기 국내 M&A시장 규모 32조2900억원 가운데 PEF의 거래금액은 25조3746억원으로 78.6%를 점유했다. 이 수치는 2014~2017년 연평균 비중 37%의 두 배가 넘는다.


앞으로는 자본시장에서 PEF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계열사 지배구조 재편 등을 통한 M&A 시장 확대가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넥슨과 롯데 금융 계열사 공개 매각에서도 PEF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재무·산업 전문가가 모인 PEF는 경영효율성 제고에 최적화된 전략을 구사해 기업 인수 후 비용절감·사업구조 재편 등을 통한 회생을 일반 기업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완화 법안이 통과되면 PEF가 혁신기업을 위한 민간 모험자본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나온다. PEF가 의사결정이 빠르고 고위험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의결권 제한, 대출금지 10% 지분보유 의무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개정안을 통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외국계 PEF와의 역차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PEF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잇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빅 딜’ 공개 매각에 활약…PEF, 작년 상반기 국내 M&A딜 78.6% 차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최근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앞으로 진행될 넥슨 매각 본입찰에는 MBK파트너스·KKR·베인캐피탈 등이 뛰어들었고 롯데 금융 계열사 매각 역시 국내 PEF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JKL파트너스 등이다. 롯데카드의 숏리스트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다.


작년 국내 M&A 시장에서 이뤄진 1조 원 이상의 대형 거래에서도 PEF가 전방위적으로 활약했다. MBK파트너스가 매각한 코웨이, 오렌지라이프뿐 아니라 SK해운(한앤컴퍼니가 인수), 마그나 유압제어 사업부(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이 인수) 거래에서도 PEF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PEF의 활약은 수조 원에 달하는 펀드를 기반으로 한 자금력이 뒷받침돼서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모두 1조원 이상의 펀드를 결성한 바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측에서도 PEF에 대한 위탁 자금을 증가시키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연금의 PEF 투자규모는 연평균 20% 이상 늘었다. 최근 PEF들이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펀드 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펀드레이징이 이전보다 훨씬 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국민연금의 PEF투자금액은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도 1조3500억원보다 5500억원 늘었다.


국내 PEF의 눈에 띄는 엑시트(투자금회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점도 M&A 시장에서 PEF의 세력을 키웠다. MBK파트너스는 작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코웨이 매각에 성공하면서 4조 원 수준의 수익을 냈다.


PEF의 또다른 장점은 적극적인 투자 의사결정과 인수 뒤 기업가치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 효율성 등이다. PEF는 기업 인수 이후 추가적인 가치 향상을 통한 차익 실현을 중요시하는데, 이를 위해 비용 절감과 마케팅 강화 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고액자산가부터 일반 투자자까지 사모펀드 투자 나서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보다 안정적인 실적을 낸다는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이 사모펀드로 몰리고 있다.


작년까지 헤지펀드 설정액을 확대한 라임자산운용과 타임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수익률은 모두 평균 4% 안팎으로 추정된다. 작년 코스피가 17%, 코스닥이 15% 이상 하락한 것과 비교할 때 시장 초과 수익을 기록한 것이다.


사모펀드시장이 커지지만 고액자산가만을 위한 시장이라는 비판에 정부는 지난 10일 자산운용업 규제개선안을 내고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펀드의 최소 투자금액(500만원)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기존 고액자산가 뿐 아니라 젊은 개인투자자들의 헤지펀드 신규자금 유입이 증가되고 있다.


다만 펀드비용 문제도 있다. 재간접펀드는 공모 운용사와 사모펀드에 이중으로 비용을 내야 하며, 사모펀드 가입자의 운용보수는 가입금액의 1~2% 수준이다. 소액투자자는 이 비용에다가 공모펀드에 가입할때 내는 1% 내외의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사모펀드와는 반대로 축소하는 공모펀드 시장…원인은 규제


공모펀드 시장은 지난 2016년 사모펀드에 주도권을 내준 뒤 순자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공모펀드의 수익률 저조에 투자자들은 환매에 나서고, 자산운용사들은 펀드보수율이 낮은 공모펀드 상품을 축소시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 작년 순자산은 전년 대비 14.2%(41조3000억원) 증가한 330조7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공모펀드의 작년 순자산은 21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조9000억원) 줄어들었다.


축소하는 공모펀드 시장 상황에 공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모펀드는 전체 자산의 10% 이상을 같은 종목에 투자할 수 없는 사모펀드는 100%를 개별 유망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대체투자자산에 대한 접근성도 공모펀드보다 높은 편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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