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중단 검토를 시사하면서 북한 김정은이 조만간 핵·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한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 언급한 것과 관련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은의 핵 혹은 미사일 시험 재개 입장 발표가 당장 나올 기미는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7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와 같이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평양에서 진행된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에 북한 언론들을 대거 참가시켜 놓고 그 내용을 보도하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외국 언론들을 통해서 소식이 알려지게 하는 것은 최 부상의 입을 통해 대미 압박 공세를 높이면서도 동시에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북한 나름의 전술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김정은 본인도 지금까지 북한 언론들이 2차 미·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차분히 보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자기가 나서서 뜬금없이 핵 및 미사일 시험 재개 입장을 발표하면 북한 주민들이 심리적 혼란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우리나라 국회의원 총선거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불출마한 것과 관련해서는 “김정은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북한 역사에서 처음 보는 일”이라며 “북한이 김정은의 직위와 관련한 헌법 수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여러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겠지만 연초부터 북한이 국가제일주의, 국기, 국조, 국풍, 국화 등 국가를 강조한 것을 보면 정상국가화 추진의 일환으로 내달 초 열릴 제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을 새로운 직위로 추천하고 이와 관련한 헌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된다”고 해석했다.


이어 “사실 현재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으로서 북한의 최고통치자이나 헌법상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것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라며 “그러다보니 해외에 북한 대사가 파견될 때 상주국 국가수반에 봉정(奉呈-문서를 올림)할 신임장도 김영남이 발급하고 다른 나라 대사들이 북한으로 파견돼 올 때도 북한의 국가수반을 김영남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북한은 이렇게 애매한 국가기구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나라들에는 북한의 국경절인 9·9절에 즈음하여 외국 국가수반들이 김정은 앞으로 국경절 축전을 보내오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내가 영국주재 북한공사로 있을 때 영국 측에서 영국여왕의 9·9절 국경절 축전을 김정은 앞으로 보내가 해달라고 계속 요구했으나 매번 영국 측은 그러한 의례적 조치를 취하려면 북한이 국가수반(Head of State)이 김정은임을 대사관 각서로 확인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나 실무적으로 헌법에 대외적으로 김영남이 북한을 대표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다른 나라에 북한의 국가수반이 김정은이라는 공식 문건을 보낼 수 없었으며 법을 중시하는 서방나라 국가수반들은 김정은이 아니라 김영남 앞으로 의례적인 축전이나 서신을 보내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영국 여왕도 김정은 앞으로 축전을 보낸 적이 없고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영국 여왕 사이에서만 국가 수반급 축전이 교환됐다”고 했다.


이어 “아마 대외적으로 이러한 폐단을 바로 잡기 위해 북한은 이번 14기 1차 회의에서 김정은의 직책인 국무위원장 직책이든 혹은 다른 직책을 새로 만들든 김정은이 북한의 국가수반임을 명백하게 헌법에 반영하는 방향에서 개정하려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고 관측했다.


태 전 공사는 “만일 그렇게 되면 지금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은 폐지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결국 70년대 김일성의 주석제를 다시 도입하는 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서방에서 유학한 김정은으로서는 서방국가의 대통령이 국회의원직을 겸직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북한 헌법에서도 국가수반이 대의원직을 겸직하는 제도를 없애려 할 수 있다”며 “사실 김정은을 헌법적으로 북한의 국가수반임을 명백하게 명기하는 것은 향후 다국적 합의로 체결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에 서명할 김정은의 헌법적 직위를 명백히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공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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