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봉주 기자]금융당국이 제시한 이번 환매조건부채권(RP) 차입시 현금성자산 보유비율을 규제하는 안에 따라 증권사·자산운용사가 단기 자금을 운용하던 주요 수단이었던 RP 시장이 위축될 것이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규제안이 단기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을 하락시킬 뿐 아니라 상시적인 차환리스크를 높인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시중 유동성이 높아지고 단기 자금 시장이 커지면서 일 평균 거래(발행)액이 작년 말 기준 93조 원대에 이르렀고, 그 가운데 RP 발행액은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며 전체 단기자금 시장의 81.3%를 차지했다. 지난 2015년 3월 당국은 제2금융권의 콜시장 참여를 제한함에 따라 단기 자금 거래 수요가 RP 시장으로 이동해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RP를 공격적으로 매도해 왔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매도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3%와 28.2%에 육박한다. 국공채나 우량등급의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매수하고 이를 담보로 RP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국공채나 우량회사채, 은행채에 투자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원금의 3~4배가량 레버리지를 발생시켜 연 1%포인트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RP 거래가 증권을 담보로 하는 만큼 무담보 차입보다 안정적인 거래로 보이지만, 레버리지 비율이 과도하게 오르면 안정적인 자금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리스크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월말·분기 말에는 법인의 머니마켓펀드(MMF) 자금 인출, 국고 여유자금 회수 등 자금공급량이 감소하고 은행도 지급준비관리(reserve requirement system)와 순안정자금비율(NSFR) 도입으로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익일물 비중이 90%를 상회하는 만큼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시 대규모 차환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담보를 고려하지 않은 콜시장의 1일 자금거래 행태가


담보에 대한 고려가 없는 콜시장의 1일 자금거래 행태가 RP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증권사 등 매도자는 특별한 경계 없이 익일물 RP를 반복 차환하는 방식으로 운용해 익일물 거래비중이 작년 93.4%까지 증가했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RP 시장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당시 익일물 비중이 70% 수준이었던 점을 보면 위험성이 높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익일물 비중을 낮춰 차환 리스크를 줄이겠다며 RP 익일물의 경우 20%까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투자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레포펀드가 이번 규제로 사실상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형펀드 운용 담당자는 “은행채 3년물 금리가 1.9%까지 하락하는 상황에서 자산금리와 조달금리 스프레드로 수익을 얻는 레포펀드의 매력은 벌써 많이 없어졌다”며 “20%를 현금성 자산으로 묶어두면 역마진을 피하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규제안은 RP 매수자가 매도자의 신용위험과 담보증권의 특성에 따라 최소증거금률(헤어컷)을 다르게 적용하도록 했다.


규제안에 따라 담보증권이 같고 매도자는 똑같아도 차환 때마다 각 매수자가 적용하는 최소증거금률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금융당국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규제를 만들었겠지만 차환 때 마다 매번 수량이 바뀌는 것 자체가 상시적인 차환리스크를 발생시킬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는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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