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사외이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주사를 포함한 국내 10대 제약사들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계 특성상 전문성을 지닌 의대 교수나 제약기업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제약사를 중심으로 흔히 ‘방패막이’ 사외이사로 불리는 정부 고위 관료,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관행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중소 제약사 등에서는 이같은 관행이 여전히 횡횡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10대 제약사의 감사를 포함한 사외이사(신규 선임 예정 인사 포함) 53명 중 전·현직 교수는 전체 32.1%(17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제약·바이오 등 기업 출신이 14명(26.4%)으로 뒤를 이었고 법조 7명(13.2%), 회계 5명(9.4%), 관료 2명(3.8%) 등의 순이다.


이번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는 곳 중에서 살펴보면, JW중외제약은 대한약학회 부회장을 지낸 성균관대 한정환 약학대학장과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전비호 특임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한미약품은 울산대의대 이동호 교수와 서울대약대 김성훈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올린다. 보령제약은 동덕여대약대 전인구 교수를 추천한다.


10대 제약사가 아닌 곳 중에서는 삼진제약과 로고스바이오가 각각 중앙대약대 한상범 교수와 고려대의대 선웅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할 예정이다.


신라젠도 서울대의대 국윤호 교수와 고려대의료원 김형규 안암병원장을 재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리베이트 이슈에 ‘고위 관료’ 모시기 여전


제약업계 전반에서 방패막이 사외아사로 꼽히는 법조계와 관료 출신 비중이 줄고 있는 추세지만 올해에도 완전히 뿌리 뽑히지는 않은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각종 회계이슈와 리베이트 이슈로 제약업계가 몸살을 앓았던 만큼 여전히 권력기관 출신 인사 모시기는 계속되고 있다.


먼저 광동제약은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상원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사외이사 후보자로 등록하고 지난 6일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현재 이상원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로 재직중이다.


동성제약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전 검사장은 부산 고등검찰청 차장검사와 서울지검 검사장을 역임했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 2017년 4월 법무부 직원, 검사와의 저녁 자리에서 법무부 간부 2명에게 돈 봉투를 건넨 이른바 ‘돈 봉투 만찬’으로 면직 징계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면직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은 그는 올해 1월 사표를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허근녕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허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청주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데 이어 올해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출신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정진영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LG화학도 안영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할 예정이다.


지난해 업계 전반이 회계이슈로 곤혹을 치룬 만큼 사외이사로 회계전문가를 추천하는 제약사도 눈에 띈다.


앞서 이영렬 전 판사을 선임한 광동제약은 삼정KPMG 헬스케어사업본부장을 지냈던 조민식씨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한독은 한찬희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허녕근 전 부장판사와 함께 한국회계기준위원회 위원과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을 지낸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정석우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사들은 사외이사로 경영전반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선호하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고위 관료 모시기 관행은 많이 줄었지만 회계 리베이트 이슈 등으로 검찰·공정위·국세청 조사가 늘어나면서 여전히 법조인과 회계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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