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대오와 공조 그리고 강력 반발…선거제 개혁 둘러싼 속내와 셈법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7회 임시회 개회식 및 1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오른쪽),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뒤돌아서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2019년 20대 국회를 보면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행태가 유행인 듯하다. 법을 만들고 고치는 일을 하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국가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을 부정하는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부정 자행 행태의 시작은 집권여당이었다. 드루킹 일당과 댓글 여론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김경수가 경남도지사가 법정구속 되자,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판사를 적폐 판사로 몰고 가는 등 사법부 판결을 흔드는 재판 불복을 넘어선 헌법 불복을 시도하고 있다.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이 이렇다보니 카운트파트인 제1야당도 덩달아 위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비례대표제도가 명시돼 있음에도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만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현재 여의도 정치권 흐름을 보면 집권당의 헌법 부정 행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고, 한국당의 선거제도 개혁안만 위헌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이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혁에 단일대오를 구축하고 집권당과의 공조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 개혁 앞에서 그야말로 외톨이가 된 한국당은 경제·의회·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민주당의 술수로 보고 의원직 총사퇴라는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선거제도 개혁을 놓고 단일대오와 공조 그리고 강력 반발을 연출하고 있는 여야 정당들의 속내와 셈법에 대해 들여다봤다.


야3당과 여당의 공조‥‘연동형비례대표+법안’


강력 반발 제1야당 “선거법+이념 법안 빅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만 7425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2518명(무선80: 유선20)이 응답을 완료한 3월 1주차 주간집계 결과, 자유한국당 정당 지지율이 30.4%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6년 10월 2주차(31.5%)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30%대를 회복한 것이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세는 보수층과 중도층 일부를 중심으로 새 지도부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는 등 2·27 전당대회 효과가 이어지고 있고,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미세먼지 악화 등 한반도 평화·민생·경제의 어려움 가중에 의한 반사이익에 따른 것이라는 게 리얼미터 측의 분석이다.


한국당이 잘해서라기보다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와 하노이 회담 결렬, 민생·경제 어려움에 따른 반사이익이라 하더라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3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한국당 입장에선 꽤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당이 지지율 30% 대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지목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안과 관련해, 한국당이 ‘마이웨이’를 선언하면서 외톨이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통해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대신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보다 10% 줄인 270명(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하자는 안을 내놨다.


의원정수 270명 감축 및 비례대표 폐지를 골자로 하는 한국당의 이 같은 안에,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맹폭을 가했다.


야3당은 한국당 선거제 개혁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11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비공개 조찬회동을 갖고 ▶헌법에 비례대표를 반드시 두게 돼 있고 구체적 사항은 법률로 위임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는 것은 위헌 ▶승자독식 싸움판을 방지할 수 있는 개혁제도에 대해 정반대로 역주행 ▶상식에 어긋난 몽니 부리기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쏘아 붙였다.


야3당은 헌법 제41조 3항을 근거로 비례대표 폐지가 위헌이라 지적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내년 총선 연동형비례대표 도입 박차…주력 법안 함께 태우겠다는 민주당


야3당은 연동형비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고, 이를 위해 여당과 집중적으로 논의해 12일까지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 위원의 5분의 3이상이 찬성하면 여야 쟁점 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이 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3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야3당이 여당과의 논의를 통해 12일까지 결론을 내고, 이번 주 내(15일)로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는 이유는 21대 총선에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함이다.


21대 총선은 내년 4월 15일에 치러질 예정인데, 패스트트랙이 최장 330일 걸리는 만큼 이번 주 안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해야 내년 2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개혁안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


야3당은 여당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3대 1(지역구 225석, 비례대표75석), 권역별 연동형비례대표제 및 석패율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안을 일부 수용키로 했으며, 선거제 개혁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법안들도 논의 중이다.


민주당의 경우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국민투표법 ▶국회선진화법 ▶행정심판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을 선거제 개혁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 대표·원내대표 및 정개특위 위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야 3당은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상 법안을 둘러싼 야 3당의 공동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오른쪽부터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

나경원 “경제·의회·정치권력 법안 거래”…비례대표 폐지가 위헌?


이와 같이 야3당은 선거제 개혁 도입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민주당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자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에 함께 태우겠다는 입장인데 대해, 한국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느닷없이 선거법과 소위 이념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으로 빅딜하겠다고 하는데, 3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을 비롯해 주휴수당 문제, 최저임금제 개선 등 챙겨야 할 민생법안 법안이 많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15일까지 (자당이 추진하는 법안을)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금 (민주당이 야3당과)거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법안은 크게 보면 ‘경제권력·의회권력·정치권력’에 관한 법으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은 (기업 경영권 침해 및 기업 표적수사 등)경제 죽이기 법안이고, (과반 의석 점유로 인한 날치기 제한이 골자인)국회 선진화법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합의해서 통과한 법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6월까지 시한인데 패스트트랙 거래 대상으로 해놨다”며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물러난 이후 지금까지 30개월 동안 (특별감찰관을)임명하고 있지 않으면서 공수처를 설치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청와대가 칼을 차겠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나 원내대표는 “내년 선거판에서 본인(민주당)들이 유리하다면 이것(선거제 개혁안)을 끝까지 실현하지 않을 것인데, 본인들이 과반으로 안 되겠다 하면 정의당을 소위 본인들의 2중대로 하기 위해서 이 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원내에 민주당 편을 대거 들어오게 하기 위한 술수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한국당은 비례대표 폐지가 위헌이라는 야3당의 주장에도 적극 반박했다.


한국당은 헌법재판소 판례를 거론하며 “헌법 제41조 제3항은 선거제도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결정을 국회의 입법에 맡기고 있는데 ▶입법자가 대·중·소선거구제 중 어느 것을 채택할 것인지 ▶당선인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다수대표제헌·비례대표제·혼합형선거제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다수대표제의 경우 선거권자 전체의 일정비율 이상 득표를 하여야 한다고 법률로 정할 것인지 또는 그러한 제도를 도입할 때 어느 정도의 수치로 지정할 것인지 ▶비례대표제의 경우 그 형태 및 저지조항을 둘 것인지 또는 저지조항을 둘 경우 그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혼합형선거제의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헌법적 기준은 없다(헌재 2001.7.19. 2000헌마91등 헌재 2003.11. 27. 2003헌마259등 참조)”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이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구체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입법형성권을 갖고 있는 입법자는 우리나라 선거제도와 정당의 역사성 ▶우리나라 선거 및 정치문화의 특수성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환경 ▶선거와 관련된 국민의식의 정도와 법 감정을 종합하여 국회의원 선거 관련 선거구 등 선거제도를 합리적으로 입법할 수 있으며, 입법자가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헌법 제41조 제1항에 명시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원칙과 자유선거 등 국민의 선거권이 부당하게 제한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2.3.28. 2000헌마283 등 헌재 2004.3.25. 2002헌마411 참조)”고 부연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위헌?‥일각 “당리당략”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대여투쟁 공조 균열?


정유섭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헌…지역구 선거 할 필요 없어”


한국당 정개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정유섭 의원은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정유섭 의원은 “2000년대 초반 헌법재판소는 각 당 지역구 후보에 투표한 표를 집계해 그 득표비율로 비례 당선자를 배정한 것을 위헌이라고 판시했는데, 그 결과 2004년 총선부터 1인 2표제가 도입돼 한 표는 지역구에, 한 표는 정당투표에 하게 돼 정당투표 득표율로 비례대표를 배정해왔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어 “그런데 이번에 일부 정당에서 주장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역으로 정당투표에 가중치를 둬 정당투표로 전체 의석 배정을 결정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되면 될수록 비례대표를 배정받지 못하는 희한한 결과가 초래된다”며 “이렇게 되면 지역구 선거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지역구 후보에 투표하는 표와 정당에 투표하는 표는 각각 똑같은 가치를 지니는데, 이것(지역구 투표)이 무시되고 정당 투표에 우선시 해 정당 득표율이 지역구를 포함한 각 정당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는 것은 2000년대 초반 헌법재판소의 논리라면 표의 등가성 침해로, 위헌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만약 대학 입시에서 특정 학부가 내신으로 수시합격자를 많이 배출했으니 이와 연동해서 수능 성적으로 입학하는 정시 합격자는 성적과 상관없이 특정 학교 출신을 불합격시킨다면 이것이 지원자들에게 용납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 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국가는 없으며 의원내각제 국가 중에서도 영국, 캐나다, 호주는 비례대표제 없는 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고, 일본은 연동형이 아니라 한국과 같은 병립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국회의원 정수 유지 및 확대에 대한 부정적 국민 여론을 감안한다면 현 의원 정수 대비 10%를 감축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정치 선진국처럼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국민이 직접 뽑는 지역구 의원을 증원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장성철 “군소정당 난립→정국 불안정”


아울러 일각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당리당략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본지>에 기고한 칼럼(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한다!)을 통해 “지난 20대 총선 결과를 연동형비례대표제도에 대입해 선거 결과를 산출해 보면 ▶민주당은 123→110석으로 13석이 줄어들고 ▶한국당(새누리당)은 122→105석으로 17석이 줄어드는 반면 ▶국민의당(바른미래당)은 38→83석으로 45석이 증가되고 ▶정의당은 6→23석으로 17석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선거제도의 개혁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자신들의 의석수가 대폭 증가하는 당리당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군소정당이 난립하게 돼 정국이 불안정 하게 된다”며 “또한 비례대표들의 공정한 공천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분석한 연동형비례대표제 시뮬레이션.

한 시름 더는 집권여당…힘 빠지는 제1야당


이처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단일대오 전선을 구축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이를 계기로 자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 하고 있고, 제1야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강력 반발은 물론 특히 여당의 ‘법안 거래’ 술수를 맹비난하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민주당 주력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중지를 모으자,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를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지만, 민주당과 야3당이 패스트트랙에 합의할 경우 정국은 극한 대치로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관측되다.


이로 인한 가장 큰 수혜는 집권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기도 했거니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대여투쟁 균열이 ‘명약관화(明若觀火-더할 나위 없이 명백함)’하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김태우 특검과 신재민 청문회, 손혜원 국정조사 등에서 일정부분 공조를 해왔는데, 이번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양당이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대여투쟁 공조에 균열이 간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특검과 청문회, 국정조사 압박에 직면해 있던 민주당은 한시름 덜게 된 모양새가 아닐 수 없게 됐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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