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 빛나는 진주 찾기 프로젝트, '무명생활 긴 만큼 빛나는 연기자로 거듭난다'

배우 최해신

[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연예계 데뷔 15년차' 최해신. 그녀는 오로지 연기에 대한 열정만으로 10년이 넘는 힘겨운 무명생활을 견뎌야 했다.


대중에게는 낯설고 생소하겠지만 오랜 기간 동안 연극·드라마·영화에서 단역 역할을 묵묵히 해냈던 배우 최해신은 지난 9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 출연하며 조금씩 빛을 발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최근 영화와 드라마 3개 작품을 준비 중에 있다.


한때는 가수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우기도 했지만 결국 연기에 대한 목마름으로 과감히 연습생 생활을 때려칠 정도로 이제 ‘연기’는 배우 최해신에게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무대에 서는 게 가장 행복해 어떤 고난에도 절대 연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천생’ 배우 최해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스페셜경제>가 들어봤다.


최해신은 그동안 ‘최종병기 활’, ‘관상’ 등 누구나 알만한 작품에 출연했었으나, 대중에게 생소한 인물로 보여진다.


그러나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유형 향수 회사 켈룬의 윤수경 대리 역으로 출연하면서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그녀에게 남다른 의미기도 하다.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시청자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워낙 인기있는 드라마여서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함과 자부심을 느꼈다”며 “드라마 종영 이후 길에 다니거나 커피숍에 앉아 있으면 간혹 알아봐주시거나 먹을 것을 주시는 분도 계시다”며 소감을 전했다.


연극 무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파’ 배우


대중들이 보기에 그녀는 작품 한편으로 인지도를 올린 배우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최해신은 오랜 기간 동안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준비된 배우'다.


무명배우 생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낄 때에도 돈 한 푼 받지 않고 연극에 참여할 정도로 연극무대를 사랑한다는 그녀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가장 재밌는 작업은 연극인 것 같다. 연극을 평생하고 싶다”며 “공연 기간 내내 하루 두시간반씩 한 캐릭터를 똑같이 연기하지만 매일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지는 작업들이 너무 재밌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무대에 설 때 떨림과 긴장감이 너무 좋다. 마치 마약을 하는 느낌이 이런 느낌인가 싶다”며 “마약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망가뜨리면서도 그 기분 좋음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저에게 연극무대도 그런 존재다”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출연했던 많은 작품 중에서도 특히 연극 ‘리얼;살바도르 달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상대방을 속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갈등을 그린 이 연극은 진실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최해신은 극 중 ‘영미’라는 역할을 맡아 풍부한 감정선을 보여줬다. 극 초반 푼수인 줄만 알았던 영미는 극이 진행될수록 아빠에 대한 미움, 엄마에 대한 그리움, 언니에 대한 미안함까지 가진 사연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는 “극 중에서 따로 주연은 없었지만 영미라는 역할은 감정 선을 많이 쓰는 역할 중 하나였다”며 “나중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홀로 떠나면서 관객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에서 이런 것이 연기고, 이래서 연기를 계속 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평생 연극무대는 포기할 수 없다는 최해신은 올해에도 연극에 대한 열정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번에는 ‘2인극’에 도전한다.


그녀는 “올해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선생님인 이윤선 선배님과 2인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큰 도전이고 존경하는 선생님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부담이 되긴 하지만, 이번 연극이 무사히 끝난다면 연기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롤모델’ 김혜수·나문희·정인겸과 함께 연기했으면…”


존경하는 이윤선 선생님과 연기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는 최해신은 기회가 된다면 ‘롤모델’인 배우 김혜수와 정인겸, 나문희와도 한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소망했다.


최해신은 오래전부터 김혜수를 롤모델로 꼽으며 닮고 싶다고 밝혀왔다. 심지어 과거 온라인으로 김혜수에게 쪽지를 보낼 정도로 좋아했다고. 물론 답장은 받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는 “김혜수 선배님은 존경하기도 하고 닮고 싶기도 한 배우”라며 “김혜수 선배님이 출연한 모던보이라는 영화를 세 번째 보고 있는데 극 중에서 선배님은 그 누구도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을 너무 잘 표현해준 것 같다”고 감탄했다.


나문희에 대해서는 “연기를 가장 잘 하시는 배우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자의 꿈을 갖기 전부터 나문희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어떻게 연기를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최해신이 롤모델로 꼽은 또 한명의 배우는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배우 정인겸이다.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정인겸은 쉴 때 최해신과 만나 연기에 대해 조언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다. 최근에는 정인겸이 한 말 중 ‘배우는 자기 자신과 만나야 한다’는 가르침이 가슴 깊이 남았다고 전했다.


배우가 자기 자신도 모르면서 다른 전혀 모르는 캐릭터를 구현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조언이다.


그는 “배우는 내 자신과 대화를 통해 만나고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었을 때 가장 자신감이 생기고 대사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정인겸 선배님은 정말 연기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끝이 없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배우 최해신과 인터뷰하는 김영덕 편집국장

힘겨운 배우 생활, 그 속 한줄기 빛은 ‘팬들의 응원’


15년 동안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최해신이지만, 그녀에게도 물론 꿈을 포기하고 싶은 힘겨운 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팬들이 보내주는 사랑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그녀는 “사실 20대 때는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엄청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이 순간을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길이 아니여도 내가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혼자 오디션을 봤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무래도 팬들의 응원메시지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TV에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게 정말 큰 힘이 됐다”며 팬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4~5년 전 주인공이 너무 하고 싶었던 최해신은 재연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다. ‘서영은’이라는 역할을 맡았을 때 한 팬은 그녀가 나온 드라마를 보고 그를 계속해서 찾아다녔다고 했다.


당시 관계자는 ‘해신’이라는 이름은 ‘혜신’으로 잘못 알려줘 그녀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4~5년이 흐른 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그녀를 발견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최해신은 “연기를 좋아하는 것과 달리 팬들의 응원을 들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때 가수를 꿈꾸던 ‘배우’ 최해신


지금의 배우 최해신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보면 배우가 아닌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사실 그녀는 한때 가수를 꿈꾸던 적이 있었다.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멤버가 되기 위해 힘겨운 트레이닝을 거쳤지만 데뷔를 앞두고 결국 연기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어 가수가 되기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나인뮤지스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 생활을 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연기가 하고 싶었고, 연기자를 그만 두려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며 “오디션 당시에도 처음부터 연기자가 하고 싶다고 말하고 들어갔다”고 밝혔다.


최해신이 걸그룹 연습생 생활을 했을 때는 벌써 10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아이돌 가수가 연기를 한다고 하면 ‘발연기’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짙었다. 이런 고정관념으로 인해 그녀는 데뷔를 앞두고 연습생 생활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아이돌이 연기하는 것에 대해 고정관념이 심했다”며 “저는 진정한 연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가수의 길로 들어선 후 연기를 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까 혼자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고정관념 때문에 나왔지만 요즘에는 연기를 잘하는 아이돌 분들이 많으셔서 그런 시선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며 “사실 걸그룹으로 살짝 인지도를 쌓고 나올 걸 후회한 적이 있긴 하다”며 웃었다.


“2019년, 연기에만 몰두하는 것이 목표”


15년 동안 한결같이 배우라는 꿈을 위해 걸어온 최해신은 올해에도 묵묵히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다는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판타지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그녀는 “배우가 장르를 가리면 안 되지만, 판타지 영화를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꼭 출연해보고 싶다”며 “사람에만 국한된 실제 인물이 아니라 동화 속에서 배우가 살아움직이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재밌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쉬지 않고 꾸준히 연기에만 몰두하고 싶다. 여행도 안가고 연기만 하고 싶다”며 확고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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