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보험업계가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위기에 처했다. 최근 경기가 침체되고 규제가 강화되는 등 영업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규 가입자는 줄고 해지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올해 보험업계는 더 발전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며 살아남는 것조차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보험사는 벌써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향후에는 자본력이 약한 곳을 중심으로 매물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0일 생명보험협회는 작년 11월말(누적) 기준 초회보험료가 전년 동기(7조9933억원) 대비 1조8796억원(27%) 감소한 5조1137억원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5년(11조8673억원)과 2016년 11월(10조4495억원) 누적기준 전체 초회보험료와 비교하면 2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 신규계약자가 처음으로 내는 보험료를 말하는 것으로 초회보험료가 급감하는 것은 보험업계 성장 정체를 시사하는 것이다.


초회보험료 2년 만에 ‘반토막’, 해지환급금은 ‘사상최대’


10월 기준으로 대형 3사 또한 초회보험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2015년 2조1923억원에서 2016년 1조1231억원, 2017년 1조2167억원, 지난해 1조187억원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초회보험료는 1조4719억원, 1조3723억원, 5675억원으로 3년 만에 70% 이상 줄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4년엔 1조원에 육박하는 9933억원의 초회보험료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5100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3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초회보험료에서 대형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4년 31.3%에서 지난해 36.9%로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중소형사는 더 둔화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초회보험료 급감 사태는 국내 경기 침체 지속과 향후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저축성보험 판매 축소 등에 영향을 받은 결과이며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려야 하지만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보험계약 해지 환급금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전체 생보사 해약환급금은 총 23조6767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조5443억원(17.6%)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도별(11월 누적기준)로 보면 보험사 해약환급금 규모는 지난 2015년 16조7937억원(전년 대비 7.6% 증가), 2016년 18조1892억원(8.3% 증가), 2017년 20조13245억원(10.7% 증가)으로 매년 증가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해지환급금은 가계 사정이 나빠지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 등은 경기 불황 여파로 보험가입이 급감하고 중도 해약은 급증하고 있으며 올해도 경기 불황은 이어져 업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영업 환경이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자본확충에 금융당국 옥죄기 더해져…대형 생보사도 벅차


보험업계는 오는 2022년 도입될 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태인 데다 금융당국에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 압박, 설계사 고용보험 의무화 추진 등으로 옥죄어오는 통에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IFRS17과 K-ICS 도입은 보험사를 경영하는데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IFRS17은 보험의 부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꿔 보험부채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을 방지하려면 수조원 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이에 대형 보험사들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어려운 영업 환경이 지속되다보니 신한생명과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NH농협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에선 벌써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거나 끝낸 상태인 것으로 보고됐다. 일각에선 경쟁력에서 밀린 보험사들이 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시장 재편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한다.


생명보험업계에선 KDB생명과 ABL생명, 동양생명 등을 잠재 매물로 지목하고 있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KDB생명 경영 안정성을 확립한 후 분할매각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과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도 모회사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해외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할 때 조만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보험시장이 포화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확충 이슈까지 더해진 만큼 향후 리스크관리와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곳을 위주로 시장 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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