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해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절전을 요청하는 수요감축을 검토했다.


[스페셜경제=김봉주 인턴기자]미국이 한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의 전력 수요관리정책이 사실상 보조금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수출국 보조금으로 피해를 본다고 판단될 때 부과되는 관세인 이른바 ‘상계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던 시스템마저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불공정 무역을 조사하면서 한국산 대구경강관과 관련, 수요감축요청(DR)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DR은 전력 수요가 높을 때 정부가 전력거래소와 계약한 기업들에게 전기 사용 억제를 요구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하는 제도다.


한국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전력공사가 전력거래소를 통해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만큼 이를 보조금으로 보고 상계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게 미국의 설명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17년 한국산 후판에 대한 연례재심 때도 DR을 걸고넘어지며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작년 11월 기준 DR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이 3,357개소에 이르는 만큼 또 다른 제품들도 미국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DR을 이유로 매긴 상계관세율이 채 1%가 안 되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권에서는 상계관세율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가 한 번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매년 연례재심을 열고 관세율을 검토한다. 이때 관세율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특정 제도에 대해 보조금 프레임이 씌워지면 이를 제고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관세율이 높아지고 상계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이 확대되면 정부가 DR을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DR 발동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공언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석탄(45.4%→36.1%)과 원자력(30.3%→23.9%) 비율을 축소할 방침이다. 정부는 신재생(6.2%→20.0%)과 액화천연가스(LNG·16.9%→18.8%)를 통해 보충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기상변화에 취약하고 발전단가가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막아줄 DR의 활용이 억제되면 전력 수요에 대한 불안감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DR은 미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수요관리 정책”이라며 “향후 논의를 통해 판정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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