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내 상장기업의 지난해 배당금 총액이 사상 최초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배당금 규모가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삼성?현대차?SK 등 5대 그룹 배당금 규모만 19조원에 육박했다. 더욱이 경치침체로 인해서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역대 최대 배당금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들이 이처럼 배당금을 늘린 배경에는 스튜어드십코드의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지난해 배당을 결정한 국내 상장 기업 887곳의 배당금 총액은 30조 3124억원으로 전년 27조 8910억원(전체 결산기업) 대비 8.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국내 상장기업 배당금이 3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있는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급감했던 지난 2008년(10조 2832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3배가 증가한 것이다.


사실 배당금 30조원 시대를 개막하는데 있어서는 삼성, 현대차, SK 등 5대 그룹의 힘이 컸다. 5대 그룹의 배당금 총액만 18조 7013억원으로 전년도 14조 1536억원에 대비해 32.1%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체 배당금 총액에서 5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6년 46.3%에서 2017년 50.9%, 2018년 61.7%로 높았다.


개별 종목별로는 삼성전자 배당금이 9조 6192억원으로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밖에도 ▲SK하이닉스 7060→1조 260억원 ▲포스코 6400억원→8000억원 ▲신한지주 6876→7530억원 등이 각각 늘어났다.


이에 반면에 KB금융, SK이노베이션, DB손해보험, 엔씨소프트 등은 전년 대비 각각 100~400억원 가량 배당금이 줄어들었다. 고배당주로 꼽혔던 효성은 1600억원대에서 1000억원대로 배당금이 감소했다. 배당성향은 높지만 순이익 8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실적은 전년보다 부진했다. 배당금과 직결되는 순이익의 경우 2017년
158조9522억원에서 2018년 141조4189억원으로 11% 줄었다.


순이익이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배당금이 증가한 배경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깔려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배당에 인색한 기업들에게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자 상장사 전체 배당정책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나 KT&G,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은 순이익이 줄어들었지만 배당성향을 높임으로서 배당금 총액이 줄지 않도록 한 기업들도 많다.


더욱이 이달 주주총회 소집 공고 이전까지 상장사들의 배당금 확정이 이어지는 만큼 2018년도 배당금 규모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주주 행동주의가 정착되면서 배당금 확대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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