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유치원 참여 저조…교육당국 강경대응에 백기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개학연기 투쟁을 철회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의 모습.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유치원3법에 반대해 개학 연기를 강행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무조건’ 철회를 결정했다.


소속 유치원들의 개학 연기 참여가 저조했던 데다가, 교육당국이 사단법인 취소를 결정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자 백기를 든 것이다.


한유총이 개학 연기를 철회하면서 우려됐던 보육대란은 해소됐지만, 교육 당국은 법인 취소를 고수할 방침이다.


이덕순 한유총 이사장은 4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한유총의 개학연기 사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한유총이 전개했던 개학연기 준법투쟁을 조건 없이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며 수일 내로 거취표명을 포함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유총이 투쟁 하루 만에 ‘백기투항’한 것은 소속 일선 유치원들의 개학 연기 참여가 당초 예상보다 저조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유총은 앞서 지난 28일 무기한 개학 연기를 결정하며, 한유총 소속 약 3000여개 사립유치원들 중 2274개 유치원들이 개학 연기에 동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3일 개학 연기 입장을 표명했던 유치원은 전국 381곳이었고, 4일 실제 개학을 연기한 곳은 239곳에 불과했다. 그중 일부는 당일 오후 개학 연기를 철회하기도 했다.


개학 연기한 사립유치원 239곳 중 221곳은 자체 돌봄을 운영해 ‘보육 대란 효과’가 없었던 것도 한유총의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다.


일선 유치원들은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섣불리 개학 연기에 동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개학 연기가 발표되자 유치원 학부모를 중심으로 “아이를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교육자냐” 등의 비난 여론이 쏟아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입학 연기한 사립유치원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는 다수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유총 측은 대화를 거부하고 강경대응에 나선 교육 당국의 태도도 부담이 됐다.


교육부는 4일 개학 연기를 실시한 유치원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고, 5일까지 개학을 미룰 경우 즉각 형사고발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또 한유총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사업자단체의 불법 단체행동이라고 판단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설립허가 취소 권한도 서울시교육청에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민법 제38조에 의거해 설립허가를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민법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단법인 설립허가가 취소되면 법적으로 인정된 단체가 아니라 개별 회원들의 모임이 돼 대표성을 잃는다.


결국 한유총이 조건 없는 철회를 표명하면서 개학 연기 사태는 하루 만에 끝났지만, 향후 한유총과 정부 간 논란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입장문에서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보다는 오히려 이를 불법이라고 여론몰이하고 유치원을 압박해 유치원현장의 혼동과 학부모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 탓을 거두지 않았다.


교육부도 한유총이 개학 연기는 철회했지만, 대응 방침은 변함이 없다. 실제 학부모와 유아들에게 혼란을 초래한 개학 연기를 행동에 옮긴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중심의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도 한유총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장하나 상근활동가는 “4일 개학 연기를 한 239개 유치원을 고발할 계획”이라며 “하루 개학 연기를 햇어도 공정거래법?유아교육법?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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