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인애 인턴기자]지난달 자동차 업계가 계약해지를 거론할 정도로 크게 반발했지만 카드사가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수수료율 인상을 단행하자 결국 현기차가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현대·기아차는 카드사가 협상 없이 수수료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5개사와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4일 발표했다. 현대차는 오는 10일, 기아차는 오는 11일부터 계약종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작년 1월 카드사들이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가운데 오는 3월부터 인상된 수수료가 적용됨에 따라 통신사와 유통업계는 물론 자동차업계 또한 연이어 문제를 제기했다.


대형 가맹점들의 잇단 반발에도 협상 없이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카드사들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계약 해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 “일방적 계약해지는 없어”…카드사와 협상 원하며 ‘밀당’


현대차는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수수료율 인상 통보에 협상을 통해 공정한 수수료율을 정하기 전까지 인상을 유예하고, 협상 후 소급적용하는 것을 제안하는 등 두 차례나 이의제기 공문을 발송했다.


아울러 계약해지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이달부터 수수료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으며 명확한 자료와 설명 없이 인상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이유로 계약해지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협상에 대한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해지까지 일주일의 유예기간을 둘 것이며 계약이 해지된 이후에도 카드사가 수수료율 협상을 요청할 경우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현재 카드업계 영업이익률이 자동차업계 이익률보다 높은 것을 수수료율 인상 반대 이유로 꼽았다.


현대차에 따르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지난해 총자산이익률(ROA)은 1.88%이며 자동차업계 1위인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낮은 1.4%에 불과하다.


또한 한국GM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판매급감으로 4년간 총 3조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악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이번 수수료율 인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쌍용차도 8분기째 적자라고 말하며 자동차업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승자 없는 싸움, ‘협상’만이 살길?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 대리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이번 현대차와 카드사의 수수료율 협상 문제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번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하는 것은 카드사가 마케팅비용을 자동차사에 부담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정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해당 카드 혜택에 맞춰 자동차를 고르는 사례는 보기 힘들지만 반대로 특정 자동차 구매를 위해 사용 카드를 선택하는 경우는 많아, 카드사가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자동차고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카드사는 자동차사에 마케팅 비용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법 18조에 따르면 대형가맹점들이 협상력 우위를 배경으로 과도하게 수수료율을 낮추면 법에 따른 처벌도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금까지 해당 조항 관련해 처벌 사례가 없지만 현대차가 계약 해지를 우월적 행위 요건으로 이용한다면 엄중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현대차가 모든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카드 의무수납제’에 따라 국세청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카드 의무수납제’란 신용카드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제도로,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지금처럼 강경한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 모두에게 이로울 점은 없는 상황이라며 신속한 협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BC카드와 NH농협카드, 현대카드, 씨티카드는 현대차의 제안을 수용해 기존 수수료율을 유지하며 적정한 수수료율에 대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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