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현대차가 올린 당기순이익은 1조6450억원으로, 엘리엇의 배당요구는 순이익의 353%에 달한다.


[스페셜경제=김봉주 인턴기자]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에 7조원이라는 과도한 배당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게다가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까지 요구했다.


여기에 엘리엇의 공세를 돕듯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계류중인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에 대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추진했다.


해외 투기자본과 진보 여당이 손을 잡았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나치게 절묘한 타이밍에 두 사안이 진행돼 현대차그룹을 옭아맸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에 5조8000억원, 현대모비스에 2조5000억원 총 8조3천억원을 배당하라고 압박했다.


작년 현대차그룹 계열사 실적 악화와 자동차산업 위기, 자동차산업 변화에 따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게다가 엘리엇은 현대차의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으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이자 투자위원회 의장, 파워 시스템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 회장, CAE 마거릿 S 빌슨 이사 등 3명을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으로는 로버트 앨런 크루제와 르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등 2명을 선임하라고 압박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며 거액의 배당요구를 거부했고, 사외이사 선임 요구에는 ‘후보자들의 경력 전문성이 특정 산업에 치우쳐 있고 이해 상충 등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한 상황이다. 하지만 엘리엇의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단기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압박해 상당한 이득을 보고 철수한 일은 이미 여러 차례 되풀이된 바 있다.


네덜란드계 소버린은 2003년 SK(주) 지분을 대거 인수한 뒤 SK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을 압박하며 주가를 올린 뒤 철수하는 과정에서 8000억원(투자액의 6배)이 넘는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칼 아이칸은 KT&G 주식을 매입 후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1500억원의 투자이익과 함께 떠났다.


지배구조개편을 앞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그룹은 작년 지배구조개편을 시도하다 실패해 투기자본 공세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이런 현대차그룹이 투기자본에게는 ‘크게 한 몫’ 챙기기 좋은 타겟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에 대해 패스트 트랙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다음해 총선이 치러지기 전에 경제민주화 법안을 처리하기 좋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신속한 법안처리를 주문해 여당의 동작은 더욱 분주해졌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뼈대로 하는 상법개정안은 기업 경영권 방어를 무력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앞서 언급한 KT&G는 당시 집중투표제가 의무적이지 않았음에도 정관에 이를 포함시켜 칼 아이칸에게 무참히 뜯겨버렸다.


2006년 KT&G 주식 5.69%를 매입한 칼 아이칸은 집중투표제를 이용해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내보낸 뒤 경영진에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해 배당을 늘리라고 압박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라 칼 아이칸의 공세가 가능했던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배당요구는 전형적인 투기자본의 등쳐먹기로 보인다”면서 “상법이 정부안대로 개정되면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을 공격하기 수월하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단기수익을 노린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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