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한국 청와대 통일외교담당 특별보좌관(출처-자유아시아방송)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막이 오른 가운데,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담당 특별보좌관은 26일(현지시각)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언급하며 “협상을 위한 시간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일정표와 관련해 어느 정도 수준의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문 특보는 “(이번 회담에서)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이나 시간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1월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설할 때 ‘협상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더 좋은 표현 같다”고 했다.


문 특보는 “지금 비핵화를 하려면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하는데, 미국과 북한 사이에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실무그룹도 만들어야 하고,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있다”면서 “이것은 미국과 북한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도 관여해야 하니까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평화체제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이어 “북한이 정말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면 보상을 단순한 제재완화 뿐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경제적인, 예를 들어 에너지 지원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것을 하려면 결국 아젠다(의제)를 설정하고 이에 따르는 협상 방법과 수단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


나아가 “비핵화로 가기 위한 협상에는 오히려 협상을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비핵화 자체를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이나 추가 협상을 통해 이것(비핵화)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및 플러스 알파로 그 이상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는데,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해선 “최근 미국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의 폐기가 아닌 동결, 핵물질 생산을 중단만 해도 미국이 평화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완화를 내줄 수 있다고 하는데, 미국이 그렇게는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잘못된 보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우선 북한 김정은이 말한 것처럼 풍계리 핵실험장도 북한이 3분의 2이상 파괴했다고 했지만 검을 해야 하고, 검증을 해야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 (북한이)그것도 받아줘야 한다”고 했다.


또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과 발사대의 폐기도 유관국 참관 아래 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직접 참관 하에 폐기해야 한다”며 “미국이 6·12 싱가포르 선언에 따라 상응 조치를 하면 영변 핵시설과 같은 영구폐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많은 사람이 이를 영변에 있는 핵시설 플러스 알파라 해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나오는 말이 영변 이외에 북한이 갖고 있는 핵시설, 즉 농축 우라늄 시설이나 원심 분리기 생산 시설, 또 육불화 우라늄(Uranium hexafluoride) 등이 영변 이외에도 있을지 모르니까 이런 것에 대해 검증 가능한 해체를 하게 되면 미국도 상당히 큰 양보를 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하고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에 나아가 제재완화 그것도 상당 부분 제재완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발전을 원한다는 북한 김정은의 진정성에 대해선 “그건 제가 알 수 없지만 작년 9월에 평양에 가서 느꼈던 것은 분명히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고, 요즘 평양 시내에서도 선군정치 구호가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선경정치’를 북한의 선전선동부에서 주로 강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우리가 남북정상회담을 했을 때 북측 인사들이 남측의 정치인이나 서양 문화의 인사들보다는 경제인에 대한 관심만 있다는 것만 봤을 때는 경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건(경제발전을 원한다는 김정은의 진성성)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비핵화는 물론 북한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도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간도 있다’는 물음에는 “그건 그렇지 않다. 지금 북한 자체가 가령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UBC) 같은 곳에 북한이 대학 총장과 부총장도 보내고, 스위스 같은 곳에서 북한 은행원들에 대해 훈련도 시키고 싶어 한다”며 “지금 북한 나름대로 개혁개발을 차분하게 준비해가고 있는데 그걸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답했다.


미국 정보기관과 의회를 중심으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결국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고 북한이 그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을 취하게 되면 회의론자부터 냉소주의자, 비관주의자 모두 사라질 것으로 본다”며 “오늘 아침 의회에서 10여명의 하원 의원들과 조찬을 하면서 대화를 나눴는데 과거보다 훨씬 냉소주의나 회의론이 많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문 특보는 “공화당, 민주당 관계없이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 상당히 기대하는데, 이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본다”고 반색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한국 정부의 역할과 김정은의 서울 답방 시기와 관련해선 “다음에 뭘 하게 되면 한미공조가 필요하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에 올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잘 되면 김정은의 서울 답방도 이뤄질 수 있다”며 “그러니까 한반도의 평화, 비핵화를 둘러싸고 상당히 높은 수위, 높은 수준의 외교적 노력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경제협력과 관련한 향후 문재인 정부의 역할에 대해선 “일단 제재가 풀려야 남북경협을 하는 것이니까 제제가 풀리기 전에 경협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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