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20시간 이상의 비행을 통해 오후 8시57분께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세계의 이목이 베트남 하노이에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북한 비핵화 방안과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27일(현지시각) 환담과 첫 만찬 회동을 갖고 회담 이틀째인 28일에는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 이은 오찬과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은 ‘하노이 공동선언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여부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영변과 동창리, 풍계리 등 핵·미사일 관련 시설 폐기 및 검증을, 미국은 그 대가로 미·북 양자 종전선언 또는 평화선언 및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두 번째 만남


백악관이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하노이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전 11시 베트남 주석궁에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는데 이어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회담을 할 예정이다.


베트남 현지시각으로 오후 6시 15분(한국시간 밤 8시 15분)에는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을 출발해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 도착한 뒤, 6시 30분부터 김정은과 만나 회담을 진행한다.


양국 정상은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회담과 친교 만찬 등 약 2시간에 걸쳐 회동할 예정이다.


단독 회담은 6시 40분부터 20여분간 진행될 예정이며, 친교 만찬은 7시부터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다.


친교 만찬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외에 미국과 북한에서 각각 2명의 인사가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북한 측에선 김영철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정상은 친교 만찬이 끝난 8시 35분 회담을 떠나 숙소로 이동할 예정이다.


제재 완화 요구하는 北=남북경협 떠맡겠다는 文 대통령


20여분간의 간략한 단독회담과 친교 만찬 일정으로 정상회담 첫날을 마무리 했다면, 회담 이틀째인 28일에는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에 이은 오찬 및 이른바 ‘하노이 공동선언문’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핵심은 하노이 선언문에 과연 어떤 내용이 담기는가 여부다.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등은 물론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미사일 리스트 제출 및 폐기·검증 수순까지 이뤄지는 등 실질적 비핵화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 조치까지 이뤄지면 좋겠지만, 핵동결 수준의 합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경우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영변과 동창리, 풍계리 등 핵·미사일 관련 시설 폐기 및 검증 등을 하노이 선언문에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의 핵·미사일은 남겨두고 핵·미사일 관련 시설만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 본토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까지도 하노이 선언문에 담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까지 사정거리에 둔 중·단거리 미사일과 핵은 그대로 남게 되는 등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 폐기 및 검증 대가로 미국은 미·북 양국의 종전선언 또는 평화선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국과 북한에 각각 상호연락사무소 설치도 이번 선언문에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이미 상대국 내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한 장소를 물색했으며, 미국의 경우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지낸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가 초대 북한 연락사무소 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북한은 다만, 미·북 양국의 종전선언 또는 평화선언 및 연락사무소 설치에 한 발 더 나아가 금강산·개성공단 재개와 남북경제협력 등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가 오는 3~4월 김정은 답방을 계기로 금강산·개성공단 재개와 남북경협 등을 추진할 것이란 게 일각의 관측이다.


태영호 “김정은에겐 비핵화 의사 없다”…제재완화 이끌어 내는 게 김정은의 노림수


한편에선 김정은에겐 비핵화 의사가 없을 뿐더러 이번 회담의 노림수가 제재 완화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26일 보도된 NHK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에게 지금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때문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제재 해제를 받아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나아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개성공단도 재가동되면 연간 1억 5000만달러(약 1678억원)의 현금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노리는 것은 제재 완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제재 완화 대가로 미국 측에 영변 핵시설 폐쇄를 제시할 것이라 관측했다.


태 전 공사는 “영변 핵시설은 수십 년간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상당히 노후됐다”며 “이미 폐쇄 조치를 취했어야 할 낡은 핵시설을 (미국에)넘겨주고 핵과 미사일을 유지하면서 제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 폐쇄만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핵무기와 핵관련 시설 목록을 제출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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