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봉주 인턴기자]증권업계가 오는 7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앞서 부산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했으나, 금융업을 포함한 일부 특례업종은 1년간 유예기간을 주고 올해 7월부터 도입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 대표급 인사 10명이 만나 주 52시간제 시행 방안을 주제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책과 현실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외국계 증권사, 특히 투자은행(IB) 부문은 야간 고객 미팅과 밤샘 자료 준비 등으로 주 5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실적에 따라 보상과 승진이 정해지는 IB 부문 임직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해 왔다.


한 외국계 증권사 IB 담당 임직원은 “업무 특성상 야간 고객 미팅이 많은데 그러다 보면 주 52시 근무는 불가능에 가깝다”라면서 “업계에서는 (주 52시 도입에 대해) 특별히 언급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주 52시 근무제가 도입되더라도 실제 52시 근무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는 뜻이다.


바쁘기는 매한가지인 국내 증권사들은 이미 주 52시간 준비에 돌입했다. NH투자증권은 4월 1일부로 오전8시~오후5시를 정시 근무시간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오후 5시부터는 사무실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주부터 수요일·금요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해 오후 5시 퇴근을 격려하기도 했다.


KTB투자증권은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는 7월부터 PC오프(Off)와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오는 5월부터 PC오프를 시행하고, 직무별 유연근무제 도입도 추진하는 상황이다. 유안타증권·DB금융투자도 PC오프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신증권은 유연근무제 적용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미 주52시 도입에 맞게 근무 형태를 바꿨다. 작년 5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직무별 유연근무제를 시범 적용한 데 이어 지난 2월 1일부터는 시차출퇴근제 등 주 52시간제에 돌입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작년 9월 PC오프제도를 실시했다. 오후5시~오전7시까지 PC를 이용할 수 없고, 각자의 근로 형태에 맞게 유연한 출퇴근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작년 7월부터 오후 6시면 사무실 컴퓨터가 꺼진다. 하나금융투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주 52시간 체제에 돌입했다. KB증권도 작년 6월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주52시간 체제에 돌입한 한 증권사 임직원에 따르면 “주 52시간 체제에 돌입했지만 실제로 그에 맞춰 일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증권투자업계에서 주 52시간 일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