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으로 미국에 다녀온 김영철 부위원장으로 부터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며 북한 매체가 지난 24일 보도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기간 동안 지낼 숙소와 미국 백악관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호텔이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 측은 25일 안내문을 통해 “우리 호텔에 머무는 국가정상(Head of State) 방문에 따른 베트남 정부의 외교 의전에 따라, 호텔 로비에 보안검색대가 설치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호텔 측은 이어 “보안검색대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가동될 예정”이라며 투숙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일정이 종료되는 28일에 떠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에 남아 3월 2일까지 머물며 별도의 공식일정을 소화한 뒤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실무팀과 경호팀이 사전에 멜리아 호텔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데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베정상회담까지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안내문 상에 명시된 ‘국가 정상’은 김 위원장을 의미하는 것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군인들

최고지도자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제껏 ‘적대’의 대상이던 미국의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이용하는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호텔을 숙소로 이용한다는 것은 극히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대외 정상회담을 갖긴 했지만, 외국 프레스센터가 있는 장소를 숙소로 삼은 전례는 없었다.


김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 모두 해외 언론에 호의적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호적인 언론과의 인터뷰만 진행했고, 대외활동 역시 동유럽 등 사회주의 국가가 주를 이뤘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지난 70년 간 대립해왔던 ‘주적’인 미국 기자들, 그것도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프레스센터와 사실상 ‘동거’로 평가될 수도 있는 중요한 함의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비록 현재 북미관계가 개선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하지만 아직 한 발짝만 디딘 상황에서 이런 결단을 내리기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란 평가가 있다.


한편으로 김 위원장의 이런 파격적 선택의 기저에는 어릴 적 외국에서 교육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도자다운 ‘오픈 마인드’가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굳이 언론을 피해 폐쇄적·쇄국적 이미지를 보일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김 위원장 특유의 스타일과 솔직함, 자신감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방북한 남측 예술단의 공연 관람 뒤, 소탈하게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남측 예술단의 첫날 평양 공연에서 남측 취재단의 공연장 입장을 제한한 것과 관련해, 직접 찾아와 취재단에게 사과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의 사과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김 위원장의 행보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이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이 미국 언론을 대상으로 미국과 전 세계에 만연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키는 동시에 미국의 ‘상응조치’가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 또한 엿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한편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차량을 이용해 하노이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30분 경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27일 만찬을 함께하며 이를 기점으로 북미정상회담의 신호탄을 올리고 28일부터 본격적인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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