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내 주요 기업들이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주총에서는 둥기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처리하는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를 통해 주식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나 오너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을 다루는 기업들이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60개 대기업 집단(자산 순위 기준) 계열사 가운데 오너의 등기이사 임기가 끝난 다음달 주총에서 재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곳은 23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선 정몽구 회장의 현대모비스 등기이사 임기와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의 현대?기아자동차 임기가 다음달로 종료된다. 이 가운데 기아차는 정 수석부회장을 등기이사로(사내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등기이사 임기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칠성음료 및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임기도 다음달 중에 끝이 난다.


이들 오너들 대부분 등기이사 선임에 필요한 주식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일부 기관투자가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재선임 안건은 무난히 주총을 통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룹별 상황에 따라서 대주주나 전문경여인의 역할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LG 대표이사로 선임된 LG그룹 회장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계속 겸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다음달 15일 주총에서 구본준 LG 부회장이 맡았던 기타 비상무이사직에 권영수 ㈜LG 부회장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이는 구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 구 부회장이 지난해 말 공식 퇴진하며 경영 일선서 물러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주총에서가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을 다루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10월 26일까지다.


3월 주총을 통해서 주주간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지어지는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한진그룹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KCGI 측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물류 계열사 ㈜한진 지분 일부를 사들이고, 주주제안을 통해서 한진칼의 감사와 사외이사 2명 후보를 선임할 것을 한진 측에 요구했다.


이에 한진그룹 측은 사외이사를 늘리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을 담은 ‘중장기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KCGI가 요구했던 것을 사실상은 거절한 것이다. 따라서 오는 3월 초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등기이사 선임안 등 주총 안건이 확정되면 양측 분쟁이 격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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