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무 관련 합의문이 발표된 후 대표장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개선위원회는 19일 현행 최장 3개월로 규정된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장한다는 내용에 노·사·정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동시간 개선위는 이날 오후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전날에 이어 9차 전체회의를 열고 합의 결과를 도출해냈다.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조정은 당초 18일 8차 전체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될 예정이었지만, 10시간가량 지속된 회의에도 불구하고 노사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아무런 진전 없이 불발됐다.


다만 이철수 노동시간 개선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을 통해 “조율을 지속하고 있지만 계획했던 시한까지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책임 있는 당사자 간 논의를 하루 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합의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정한 단위기간 내에서 업무량이 많은 주(週)의 근로시간을 늘리고, 대신 단위기간 내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법정한도 내 평균 근로시간으로 조정하는 제도이다.


이는 근로자의 복지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은 단위기간을 2주 이내 혹은 3개월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있어서는 단위기간이 짧을수록 유리하다.


예를 들어 단위기간이 2주인 경우, 이번 주에 초과근로를 했다면 다음 주는 반드시 그만큼 단축근무를 해야 하지만, 단위기간이 3개월인 경우에는 이번 주 초과근로를 했다면 3개월 이내에 그만큼 단축근무를 하면 법정 평균근로시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요컨대 ‘평균’ 범위의 문제인 것이다.


경영계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자, 주 52시간제를 지키려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단위시간 1년을 요구했다.


정부는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관련법을 개정하려 했으나 세부 논의는 경사노위에 맡기고 그 결과를 법 개정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개선위는 지난해 12월부터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조정을 두고 지속적으로 회의를 이어오며 노사 간 의견을 조율하려 애썼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진 못했다.


이번 노동시간 개선위의 합의는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물론 그에 따른 노동자 건강권 침해 및 임금감소를 막을 방안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철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9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 방지


이철수 위원장은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함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따른다”며 “아울러 노사정은 노동자 과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전했다.


그는 “탄력근로제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도입한다”면서 “이 경우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는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 확정하는 데 애로가 있음을 고려하여 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최소 2주 전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통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사용자(사업주) 측은 초과근로가 필요한 경우에도 전후 근로일 사이에 최소한 11시간의 여유(연속 휴식시간)를 줘야 한다. 다만 이 규정은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간 서면 합의가 있다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단위기간 3개월 초과의 경우 미리 하루하루의 근로시간 변동을 확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관계로 일일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사용자는 주 단위로 정해진 일일 근로시간을 최소 2주 전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 노동자 임금감소 보전


이 위원장은 또한 노동자의 임금감소를 보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그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사용자는 임금 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 및 운영실태를 향후 3년 간 면밀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며 제도 운영에 관한 상담 및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전담 기구를 설치한다”고 전했다.


근로자의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 일일 8시간(휴게시간 제외)으로, 이를 초과하면 사용자는 50% 또는 100%의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탄력근로제를 적용할 경우 주 52시간, 일일 12시간(휴게시간 제외)까지 근로할 수 있으며, 단위시간 내에서 평균 근로시간이 준수된다면 사용자는 초과근로수당 지급의무에서 자유롭다.


즉 위 규정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시 늘어나는 초과근로에 대한 사용자의 수당 지급의무가 사라짐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보전을 위해 별도의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을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철수 노동시간 개선위 위원장은 이번 합의에 대해 “3가지 탄력근로제가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전했다.


이번 노동시간 개선위에서 도출한 합의는 주로 3개월을 초과하는 단위기간으로 운영되는 탄력근로제에 대한 내용이다. 기존 2주 이내와 3개월 이내 단위기간 탄력근로제는 현행 방식으로 계속 운영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지난해 11월 22일 경사노위 출범 3개월 만으로 그동안 경사노위가 진행해온 다양한 사회적 대화의 사실상 첫 결실로 평가받는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우리나라 사회적 대화에서는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이런 구체적 수준의 노사 합의사례는 드물 것이다. 많이 고생하고 어려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노동시간 개선위의 이번 합의 결과는 국회에 제출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위한 관련법 개정 논의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의 날카로운 대치로 임시국회 개회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진통 끝에 노사가 큰 결단을 내려 합의해준 만큼 그 뜻을 그대로 받아 입법을 잘 하는 게 국회에 맡겨진 숙제”라 강조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