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 규제 반대' 청와대 청원이 22만명을 넘어섰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문재인 정부가 음란물이나 불법 도박 정보 등 해외 유해 사이트를 보다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 ‘https 차단’ 제도를 도입하자 ‘정부가 자기의 입맛에 맞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청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https 차단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선 것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전화로 치면 개인이 하는 통화를 국가가 감청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권침해가 됨은 물론 위헌 요소가 크다”며 이와 같이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https 차단 정책을 철회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불과 며칠 만에 20만을 돌파했다”며 “정부가 불법음란물과 불법 도박 정보 등을 담은 해외 유해사이트를 원천 차단할 목적으로 그동안 규제하기 어려웠던 기술(https://)을 이용하는 문제의 사이트들을 새로 도입한 필드차단 기술(SNI, Server Name Indication)을 막자, 이에 네티즌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겠다는데 누가 반대를 하겠느냐”면서도 “하지만 문제는 SNI 필드차단 기술이 적용될 경우 따를 수 있는 큰 위험들인데, 이 기술은 국가가 유해사이트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사용자 개개인의 데이터 패킷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https 보안기술과 인터넷 산업의 싹을 잘라버리게 될 우려도 있다”며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인터넷 접속 기록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상황에 어느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마음 놓고 쓸 수 있으며, 어느 기술자나 정보과학자가 그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위원장은 “굳이 SNI 기술을 사용하겠다면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차원에서라도 이 기술이 불법음란물 사이트 접속 외에는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라”며 “증명할 수 없다면 이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인터넷은 이미 개인들의 거대한 생활공간”이라며 “생활공간에 대한 국가의 감시 가능성을 키워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억하십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시절 ‘네트워크 세상은 기본적으로 자율적인 세상이며, 그 자율성을 공권력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있어서는 안 되고 또 사실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며 “그런데 지금 그 말씀을 뒤집고 있다. 권력을 잡고 보니 뭐든 권력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방송통신위원회와 KT, 아니 정부와 청와대에 묻는다. 이런 통제와 차단이 영원히 유효할 것이라 믿는가, 절대 아니다”라며 “불법 영상물과 정보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누군가는 분명히 이를 공유할 새로운 우회기술을 찾아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럼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더 강력한 기술을 도입하고 누군가는 이에 또 도전할 것이고, 이런 전쟁 속에 네티즌들은 그 때마다 더 불안해질 것이고 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면서 “그야말로 빈대도 못 잡고 초가삼간만 태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https 사이트를 차단하는 나라가 중국과 일부 중동 국가뿐이라는 사실이 무엇을 말하겠는가,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이런 식의 통제를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건전한 문화의 육성이나 네티즌들 사이의 자율적인 통제방식이 자라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더 큰 힘을 쓸 것”이라고 했다.


또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본능, 즉 국민생활 구석구석을 권력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본능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라며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정하고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을 옥죄겠다고 덤비고, 그 것뿐이냐. ▶학교에 커지자판기를 설치하지 마라 ▶유튜브 먹방은 이 정도만 해라 ▶선생님을 쌤이라고 부르고 ▶시누이와 처남을 00씨라 부르라 등 이제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부르고 하는 것까지 국가의 표준을 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이번 https 차단도 그 국가주의의 작은 일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국가주의적 행태 뒤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자신들은 선한 권력이라는 오만과 착각이 숨어 있다”며 “또 권력의 칼을 휘두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아마추어리즘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권력이다. 강하면 강할수록 부패하고 그 운영에 있어 아마추어리즘이 강하면 강할수록 국가는 혼란스럽게 된다”며 “부디 그 오만과 착각 그리고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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