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민연금이 갑질 기업이었던 남양유업에게 배당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최근 배당이나 오너리스크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식품기업들 역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과 같이 짠물배당으로 이름을 올렸던 현대그린푸드는 국민연금의 직접적인 압박이 시작되기 전에 자체적으로 배당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식품 기업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가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기업 중에 가장 먼저 국면인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발동된 기업은 남양유업이었다. 지난 7일 국민연금 측은 배당정책 수립 및 공시와 관련해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라는 내용의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한다고 밝혔다. 앞서도 남양유업은 저배당으로 인해서 국민연금에게 수차례 경고를 받아왔었다.


하지만 이 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민연금이 공개적인 압박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남양유업 측도 국민연금 주주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정면대응에 들어갔다.


당시 남양유업은 입장 자료를 통해서 “지분율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다. 오히려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고히 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어떤 형태로든지 국민연금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선 현재 국민연금의 경우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정부의 입김’으로 인해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들어갈 경우 남양유업 역시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에 이어서 두 번째 타깃이 된 것은 현대그린푸드다. 단체급식 및 식자재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현대백화점그룹 지분 12.1%를 비롯해 현대리바트, 에버다임 등 연결종속회사를 두고 있어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배당성향이 낮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 14일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어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주주 제안 행사를 검토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지난 8일 현대그린푸드가 배당성향을 2배 이상 높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공시를 통해서 2018∼2020년 사업연도 배당성향을 13%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하기 이전에 선제적 대응을 함으로서 칼날을 피해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식품기업들 사이에서는 언제든지 국민연금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언급되는 기업들은 사조산업, 대상홀딩스, 롯데칠성음료 등이다. 이들은 현대그린푸드와 마찬가지로 배당성향의 문제로 국민연금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업의 고유의 권한이 배당에 대해서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관섭하는 것이 아니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주주이기 때문에 배당성향을 높여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경우는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거의 압박이나 강제에 가깝다”면서 “배당이 낮다고 생각하면 투자를 안하면 될 것인데, 현재 국민연금은 배당이 짠 기업들을 타깃으로 올리고 강제로 배당금을 올리도록 만들고 있다. 이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