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마디면 끝날 일을 왜 이리 오래 끄나
합의서가 무슨 소용…피해자 마지막 용서 나올 때까지 사과해야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미국 방문 중 ‘일왕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는 일본을 향해 문 의장은 12일(현지시간)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문 의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내가 한 말은 평소 지론이며 10년 전부터 얘기해온 것이다. 근본적인 해법에 대해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관의 인터뷰 중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라 일컬으며 “(위안부 문제 해결은)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 위안부(피해자)의 손을 잡고 ‘진정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해결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일본은 즉각 반발하며 점입가경의 행태를 보여왔다.


먼저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발언에 대해서는 고위급 레벨을 포함한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측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8일 외무성 국장급 레벨에서 의사 표시를 한 데 이어 9일에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 외교부 제1차관에게 재차 의사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 또한 지난 10일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12일 “정말로 놀랐다.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극히 유감”이라 말했다.


문 의장은 일본의 항의와 관련해 “위안부 문제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딱 하나, 진정 어린 사과다.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면 끝날 일을 왜 이리 오래 끄느냐에 내 말의 본질이 있다”고 질책했다.


이어 “합의서가 수십 개가 있으면 뭐하나. 피해자의 마지막 용서가 나올 때까지 사과하라는 것”이라며 “왜 이렇게 크게 문제 되는지, 더군다나 무슨 관방장관이 나서더니 아베 총리까지 나서서 이러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도리어 일본을 향해 재차 일갈했다.


한편 문 의장은 발언 파장이 확산되자 “(일왕을 전쟁범죄 주범 아들이라 칭한 것은)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도자의 진정 어린 사과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위로의 말을 하면 할머니들의 한과 응어리가 풀릴 것이라는 말은 전에도 여러 번 했다”고도 설명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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