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무덤 파는 제1야당…그야말로 ‘가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자당 의원들의 5.18왜곡 발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2월 1주차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보수우파 진영의 맏형 격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28.9%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30%에 약간 못 미치는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한국당이 잘해서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기보다 김태우·신재민의 폭로에 이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 문재인 대통령의 딸 가족 해외 이주 논란 등의 반사이익 효과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다만, 이유야 어찌됐든 그동안 ‘적폐당’으로 지목돼 10%대 후반에서 20%선 초반의 지지율을 보였던 한국당 입장에선 3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건 꽤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한국당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국민적 조롱을 받았던 웰빙 단식을 시작으로 축제의 장에서 김빠진 전당대회로 전락시키는 클라스 그리고 박심(朴心) 논란, 여기에 5·18 민주화운동 폄훼 파문까지 더해지면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당이 불과 몇 개월 전 까지만 해도 궤멸 위기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던 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마치 지지율 상승세에 취해 샴페인을 일찍 터트린 꼴을 자처하고 있는 한국당의 ‘자충수’에 대해 짚어봤다.


“당 돌아가는 꼴, 가슴 터질 것 같다”


당에서도 등 돌리는 ‘5·18 망언’ 논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2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30%에 조금 못 미치는 28.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조사의뢰 YTN, 조사일시 2월 7일~8일,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줄곧 10%대 후반에서 20%선 초반에 머물렀던 한국당이지만, 지난해 11월 말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22.9%)를 기록하더니 기해년 새해부터 거침없는 상승세로 30%선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마의 30%선 돌파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상승세에 취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한국당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오죽하면 ‘요즘 당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는 착잡함이 담긴 토로가 나오겠는가.


한국당 당적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시정에만 전념하려고 참고 또 참아왔는데 요즘 당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면서 “황당한 웰빙 단식, 국민 가슴에 대못박는 5·18 망언, 당내 정치가 실종된 불통 전당대회 강행, 꼴불견 줄서기에다 철지난 박심 논란까지 도대체 왜들 이러나”라고 일침을 날렸다.


권 시장은 이어 “지지율이 좀 오른다고 하니 오만, 불통, 분열의 고질병이 재발한 것인가”라며 “갈 길은 아직도 멀고 걸음은 더딘데 눈앞에는 첩첩산중이구나. 제발 정신들 좀 차리자”라고 쓴 소리를 했다.


‘딜레이 식사’ 조롱…김진태·이종명·김순례 퇴출 움직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임명을 강행하자, 한국당은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4~5명씩 조를 짜서 하루 5시간 30분씩 릴레이 단식을 벌였다.


하지만 지지가 아닌 ‘웰빙 단식’, ‘딜레이 식사’란 조롱이 빗발쳤다.


한국당 입장에선 특정 성향을 띠는 조해주 위원의 임명 강행은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녹아든 투쟁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간헐적 단식이란 조소 섞인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5·18 망언’ 논란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국민적 반발을 초래했다.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지난 8일 ‘5·18 북한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 씨를 국회로 초청해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를 열고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이종명 의원은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고,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발언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분개했다. 여야 4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는 당연하거니와 의원직 제명까지 추진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즉,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국회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의 제명안이 국회 윤리특위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현직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퇴출하려면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298명)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는 여야 4당(184석)은 물론 민중당(1석)과 무소속(7석) 그리고 한국당 의원 15명 이상이 동의를 해야 퇴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12일 국회 의안과에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폄훼 발언을 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김무성 “역사는 사실이지, 소설이 아니다…일부 의원들 발언 유감”


한국당 의원 15명 이상이 한솥밥을 먹던 동료 의원 제명에 찬성할지는 불투명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당내 여론도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에 호의적이지 않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여러 가지 지금 어려운 시점에 당에 부담을 주는 그러한 행위는 안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최병길 비상대책위원도 “확인되지도 않은 북한개입 주장으로 국민에 대한 살상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며, 한국당은 결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당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홍철호 의원 역시 “5·18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우리 당 일부 의원들의 의견이 마치 우리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는데, 다시 한 번 전체 의견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김제, 정읍, 부안, 고창 등 동학 혁명의 뿌리가 살아있는 호남 정서에 특히 저항정신인 자긍심에 상처를 준 것인데, 남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함께 존중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6선 중진의 김무성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역사는 사실이다. 소설이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며 역사적 평가와 기록이 완성된 진실”이라면서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을 부정하는 것은 의견 표출이 아니라 역사 왜곡이자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고, 이런 차원에서 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발언은 크게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번 발언은 한국당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역사의 진실을 외면한 억지주장”이라면서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한국당의 미래를 망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역사의 가슴 아픈 비극에 더 큰 상처를 내는 언행은 정치인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저는 최근 일어난 상황에 대해 크게 유감을 표시하며, 해당 의원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5·18 망언 논란 탓에 김태우·신재민의 폭로에 이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 문재인 대통령의 딸 가족 해외 이주 논란 등의 이슈가 묻히지 않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

洪 불출마, 김새는 전대‥투표율 하락↓


朴心 논란…朴 극복해야 보수정치 부활


축제의 장→김빠지는 전당대회


5·18 망언 논란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 것도 모자라 당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던 전당대회마저 다소 김빠진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당초 황교안·오세훈·훙준표 등 이른바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당권경쟁에 뛰어들면서 전당대회는 대선 경선을 방불케 할 만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대선주자급 3인 외에도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김진태 등 당내 현역의원들의 가세로 한국당 전당대회는 축제의 장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특정 후보 밀어주기 의혹과 관련한 TV토론 축소 논란에 이어 전당대회 개최 날짜가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과 겹치면서 ‘전대 연기’를 주장하는 후보들과 ‘연기 불가’를 고수한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팽팽히 맞섰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당권주자들은 ‘전당대회 보이콧’이란 초강수를 뒀지만,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전당대회 강행을 재천명 했고, 이로 인해 반쪽짜리 전당대회로 전락할 상황에 직면했다.


전당대회 보이콧을 가장 먼저 실천한 이는 이른바 ‘당권주자 빅3’의 한 축을 담당했던 홍준표 전 대표다.


홍 전 대표는 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전당대회 강행 입장을 재확인 한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전당대회는 모든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여 우리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면서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불출마 선언 이유에 대해 “저의 부족함이다. 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내 나라 살리는 길을 묵묵히 가겠다”고 했다.


끝으로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찾아 참배하고 있다.

“黃, 당권 잡으면 매 순간 시험대”…불출마는 일종의 출구전략?


당락 여부를 떠나 흥행보증 수표로 통하는 홍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정우택·심재철·안상수 의원까지 불출마 노선에 합류했다.


물론 빅3 중 한명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불출마에서 출마로 선회하면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양강구도를 구축하게 됐으나, 축제의 장으로 인식됐던 전당대회가 김빠진 맥주마냥 다소 싱겁게 됐다는 점에서 여론의 관심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투표율도 저조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홍 전 대표와 다른 당권주자들의 불출마로 투표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이렇게 되면 신임 당 대표는 그 권위와 정당성에 취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장성철 소장은 특히 “이런 상황에 정치권 경험이 전무한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잡는다면 매 순간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4월 재보궐 선거 등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할 때 또 당 회의나 기자들과의 백브리핑 과정에서의 말실수 등 매 사안마다 당 안팎의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장 소장은 당권주자들의 불출마가 일종의 ‘출구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라며 “당권주자는 전대 기탁금으로 1억원을 내야 하는데, 당선 가능성이 낮으면 불출마가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상으로 (황 전 총리에게 상대가)안 될 것 같으니, 전대 연기를 명분으로 불출마 한 게 아닌가”라며 “특히 대선주자들의 경우 이번 당권경쟁에서 밀리면 대권가도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축제의 장에서 김빠진 전당대회로 전락시킨 데에는 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전당대회 세부 룰을 합의할 당시부터 논의의 장이 되지 못했다. 보통은 당권주자 대리인들을 배석시켜 전당대회 세부 룰을 합의하는 등 (전당대회를)정책대결로 이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융통성 없이 고착화 된 원칙만 내세워 흥행가도에 찬물을 끼얹은 지도부와 선관위의 책임이 크다”고 질타했다.


파면된 대통령의 옥중 정치?…박근혜에 함몰된 보수정당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당권주자들은 ‘박근혜 사면’이 한국당의 최우선 과제인 것 마냥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면회를 허락한다는 유영하 변호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마치 박 전 대통령이 황교안 전 총리와 홍준표 전 대표에 불쾌감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시점에서 말이다.


집권당에선 당장 ‘파면된 대통령이 옥중 정치를 시작한 듯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은 드루킹 일당과 댓글 여론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법정구속 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심 판결에 불복하는 집권당을 향해 ‘재판 불복’, ‘헌법 불복’이라고 비난한다.


그렇게 따지면 박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당한 전직 대통령이다. 집권당에게 헌법 불복이라고 비난하기에 앞서 헌법재판소로부터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으로부터 파면 당한 박 전 대통령을 넘어서지 못하는 자신들의 모습부터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당은 정치인 박근혜를 넘어서야 한다’는 오세훈 전 시장의 발언대로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할 수 있어야 보수정치는 부활할 수 있다.


2017년 5월 23일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여 유영하 변호사의 안내를 받고 있다.

“국민들이 보고 있다”


이처럼 한국당은 당 지지율 30%선 돌파를 앞두고 국민적 조롱을 촉발한 웰빙 단식을 시작으로 5·18 망언, 김빠진 전당대회, 철지난 박심(朴心) 논란까지 연출하면서 자충수를 두고 있다.


신임 당 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한국당 수장 역할을 맡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스스로 경계심이 약화됐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언행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지지도가 조금 올라갔다고 해서 자만하고 나름 긴장을 풀 게 아니다”라고.


그러면서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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