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문재인 정부 들어 지상파 TV 시사프로그램이 분명한 편 가르기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가 1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프로그램 평가 연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 지상파 방송(라디오 및 TV)에서 정부 편을 드는 편향성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언론정보연구소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00일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주요 라디오 및 TV 등 지상파 방송이 드러내는 공정성 약화에 대한 우려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 개입은 탄핵 과정에서 낱낱이 밝혀졌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KBS·MBC 등 양대 공영 방송사 수장이 친정부여당 성향의 인사로 전격 교체됐다”며 “이러한 수장의 교체는 양 방송사 내부적으로 방송사 간부 및 요직 인사들에 대한 전면적 후속 인사 조치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SBS 등 민영 방송사들에 있어서도 이른바 정부여당에 코드(code)를 맞춘 인사조치가 이루어졌고, 이러한 인사 조치는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편성) 내용에 있어서의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변화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대표적인 변화가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문재인 정부 지지)을 공공연히 밝혀온 연예인들(김제동,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이 대거 TV 및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진출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번 정부에서도 방송의 공정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TV 시사프로그램 분석’ 편에서 박근혜·문재인 각 정부 출범 이후 500일 사이(박근혜 정부 2013.02.25~2014.07.10 / 문재인 정부2017.05.10~2018.09.22)에 특정 날짜를 추출해 그 날짜에 해당하는 TV 시사프로그램(KBS, MBC, SBS)방송을 분석했는데, 먼저 방송의 소재, 등장인물(진행자, 출연자, 인터뷰이 등)을 분석한 정량적 평가를 진행했다.


정량적 평가 분석을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야 논쟁을 포함하는 논쟁적 사안이 증가했는데, 문재인 정부 시기에 논쟁적 사안 아이템 78개 중 20개가 여야 논쟁 사안(25.6%)을 다뤘다”고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이후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들 ([KBS오늘밤김제동] 57.14% (7개 중 4개), [SBS김어준의블랙하우스] 44.44% (18개 중 8개))에서 이러한 여야 논쟁 아이템을 월등히 많이 다뤘다”며 “방송시간 기준으로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42.1%, 오늘밤김제동 40%”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 이후 인터뷰이 중 일반시민의 비중이 감소하고 정치인 또는 정치 관련인의 비중이 늘어났다”며 “정치인 또는 정치 관련인 인터뷰이의 수가 5배 이상 증가(박근혜 정부시기 전체의 1.22%→문재인 정부 시기 6.24%)했다”고 분석했다.


등장인물의 발언 내용(발언의 성격)을 분석한 정성적 평가에서는 “TV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사건을 단순 설명하기보다는 주관적 논평이나 분석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KBS오늘밤김제동]과 [MBC탐사기획스트레이트]의 진행자는 주관적인 논평이 포함된 발언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SBS그것이알고싶다]와 [KBS추적60분]의 진행자의 발언은 사건을 단순히 설명하는 발언 없이 설명에 분석이나 분석과 논평을 모두 포함한다”고 했다.


등장인물 발언과 자료화면, 부가적 화면요소의 편향 정도를 종합한 편향성 평가와 관련해서는 “진행자·출연자·인터뷰이들은 대체로 편을 드는 발언을 했고, 자료화면과 부가적 화면요소의 주장 강도는 진행자·출연자·인터뷰이 주장 강도에 비해 덜 강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논쟁적 아이템 151개 중 62.3%가 한 가지 의견만을 대변하는 의견 집중도를 보였는데, [MBC 탐사기획스트레이트]가 프로그램의 모든 구성요소가 같은 이해당사자편을 드는 경향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적 분석 측면에서, TV 시사 프로그램은 분명한 편가르기 경향을 드러냈는데, 시기별로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TV 시사프로그램이 주로 야권, 국민, 한국, 사인 간 갈등의 피해자를 옹호했고, 언론, 타국, 정책당국, 북한, 사인 간 갈등의 가해자를 비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시기에는 현 정부여당, 북한과 북한친화측, 사건-사고 피해자와 유족, 사회적 비리 폭로자, 자영업자/가맹점주/노동자/실업자 등의 경제적 약자를 옹호하고,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전두환, 트럼프, 이재용 일가와 삼성, 삼성출입 및 유착 기자, 보수언론 등을 비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문재인 정부 시기 들어서 프로그램들의 편향성(주로 주장 강도 차원에서)이 구성요소 (진행자, 출연자, 인터뷰이, 자료화면, 부가적 화면요소)별로 전반적으로 증가했는데, 문재인 정부시기에 들어 생긴 프로그램들([오늘밤김제동] [저널리즘토크쇼J] [탐사기획스트레이트] [김어준블랙하우스])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향성(주장 강도)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TV 시사 프로그램은 전반적으로 분명한 편가르기 경향을 드러냈다”며 “KBS의 TV 시사 프로그램들은 라디오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공영방송이 지향하는 공론적 시사프로그램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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