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에 대해서 “일반 주주보다는 대주주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며 지난 11일 공개 거절했다. 심지어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이렇게 될 것을 알고도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남양유업은 최대주주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지분율이 보통주 기준으로 53.85%로 전체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신영자산운용이 6.82%, 국민연금공단이 6.15%, 외국계 퍼스트이글펀드 5.55% 등이 주요 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기타 주주 지분은 27.63%다.


때문에 이러한 사태는 미리부터 예견됐었음에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당확대’ 요구가 무리했다는 시각은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존재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한 위원은 “남양유업과 같은 경우에는 향후 회사의 성장동력 호가보를 위해 배당보다는 유보금 축적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수탁자위원회 내부에서 있었다”면서 “그러나 저배당 기업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야 한다는 수탁위의 의지를 묻혀 실현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주주제안을 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양유업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가면 승산이 없다는 점도 국민연금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무리하게 공개적인 배당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수탁자책임위 관계자는 “표대결로 국민연금 의견이 묵살되고 국민연금이 요구한 주주가치 상승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은 지분을 다 팔고 나가야 하는 방법만 남는 셈”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남양유업의 경우는 좀처럼 수익성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15년 201억원 ▲2016년 418억원 ▲2017년 51억원 ▲2018년 3분기 기준 49억원으로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업계 자체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데다가, 지난 갑질 논란으로 인한 여파로 인해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되지 않으면서 수익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국민연금은 요구는 애시당초 실현될 가능성이 없었던 일”이라며 “그럼에도 공개적으로 배당 확대 요구를 했고,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사실 이는 국민연금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단순히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의 스튜어드십코드 발동은 오히려 국민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만 떨어뜨리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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