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한국은 세탁기 관세와 관련해 미국에 매년 약 950억원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한국이 지난해 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세탁기 분쟁을 일으킨 미국에 양허정지해 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결과다.


미국은 지난 2012년 한국산 세탁기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가 WTO 분쟁에서 패소하고도 관세를 철회하지 않았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지난 8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8481만달러(약 953억원) 양허정지를 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양허정지는 낮추거나 없앤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조치를 뜻한다. WTO는 수입국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수출국이 피해를 본 만큼 수입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미 세탁기 분쟁은 2012년에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세탁기를 너무 싼 가격에 판매해 미국 가전업계에 타격을 입혔다면서 양사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반덤핑관세율은 삼성전자에 9.29%, LG전자에 13.02%였다.


이듬해 8월 한국은 미국이 반덤핑 협정에서 금지한 관세부과 방식을 사용했다고 보고 WTO에 제소했다. WTO 분쟁해결패널은 2016년 1월 “미국이 한국 기업들의 세일을 표적덤핑(Targeted Dumping)으로 판단한 일은 WTO 협정에 어긋난다”며 한국 손을 들어줬다.


WTO는 “미국은 2016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15개월간 판정을 이행하라”고 결정했으나, 미국은 관세를 철회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지난해 1월 WTO에 미국의 양허정지를 요청했고, 미국도 이의를 제기했다.


WTO 중재재판부는 1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한국이 미국에 연 953억원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판정 결과를 내놨다. 양허정지는 미국이 판정을 이행할 때까지 매년 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이 향후 세탁기 이외의 다른 한국산 수출품에 문제의 반덤핑조사기법을 적용하는 경우 추가로 양허정지할 수 있는 근거도 인정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실제로 보복성관세를 부과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자동차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는 시점에 미국 상무부를 자극할 조치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삼성전자, LG전자는 미국의 통상압박이 강화된 이후 미국 현지 세탁기 공장을 건설하는 등 세탁기 관세부과에 따른 피해가 미미하다는 점도 보복관세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산업부는 “관련 업계 등과 협의해 WTO 협정에 따른 향후 절차를 검토하고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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