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르노삼성자동차가 석달간 28차례에 이르는 장기파업으로 손실을 지속하자 프랑스 르노그룹에서 수탁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경고가 현실화 될 경우 르노삼성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 하다. 이에 장기적으로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8일 르노삼성 등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 1일 르노그룹 로스 모저스 제조총괄 부회장의 영상메시지를 부산공장 전 임직원에게 공개했다.


모저스 부회장은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르노삼성과 로그 후속 차량 배정에 관한 논의가 힘들다”며 “르노삼성이 지금껏 쌓아온 신뢰를 (노조파업으로)바닥에 떨어질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그룹의 최고위급 임원이 구체적 사안에 대해 거론한 것은 처음으로,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의 최대주주(지분율 79.9%)로 닛산의 소형 SUV 로그의 대미(對美) 수출분을 르노삼성에 2014년부터 위탁하고 있다. 작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21만5809대 중 10만7262대(49.7%)가 로그였다. 르노삼성이 로그 후속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르노삼성의 파업은 지난 10월부터 28차례에 걸쳐 부분파업 형태로 진행됐으며 누적 파업 시간이 104시간에 이른다. 이로 인한 생산차질 물량은 약 500대로 르노삼성의 한달 생산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추정 손실액은 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봉 8000만원에도 노조파업…물량배정 앞두고 생산성 결여


파업을 야기한 르노삼성 노사간 갈등은 8개월째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대폭 인상과 단일호봉제를 요구하고, 사측은 기본급 유지와 보상금·생산성 격려금 지급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기본급 인상분은 10만667원이다. 추가로 자기계발비는 2만133원 인상과 특별격려금 3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르노 본사와 로그 후속 물량 배정 협상을 압둔 시점이어서 기본급 인상이 어렵다며 다른 보상 방안을 제안한 것.


일각에선 모저스 부회장의 이번 발언을 두고 이참에 고임금·저효율의 생산성을 보이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물량을 빼 생산성에 우위가 있는 일본 등 다른 국가 공장에 배정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르노삼성 측에 따르면 부산공장과 닛산 일본 규슈공장이 로그 물량 배정을 놓고 경합을 벌이던 2014년 기준으로는 부산공장의 평균 인건비가 낮아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부산공장의 평균 인건비가 20%가량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의 생산직 근로자 평균연봉은 8000만원 수준(2017년 기준)으로 르노그룹 안에선 최상급에 속한다. ‘고비용 저효율’ 공장에 르노 본사가 물량을 배정해 줄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르노삼성은 로그 후속 물량이 절실하다. 로그가 그간 부산공장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는 점은 물론, 르노삼성은 최근 신차 라인업이 빈약해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세단 SM6와 SUV QM6 출시 이후 2년간 신차를 들여오지 못했다. 작년 해치백 클리오와 미니버스 마스터 등을 출시해 틈새시장을 노린 게 전부다. 금년 신차 계획은 전무하다.


르노삼성의 1월 판매량은 국내 5174, 해외수출 8519대를 합한 1만3693대다.


내수시장에선 지난달 대비 52.1%, 해외시장에선 동년 동기대비 44,8%나 급감했다. QM6를 제외한 모든 차종의 판매가 떨어졌다. 로그 수출 물량도 7265대를 나타내 작년 동기보다 44.4%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 받지 못하면 GM군산공장의 재판을 겪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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