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

[스페셜경제=김정철 변호사]김경수 지사에 대한 실형선고로 인해 정치권은 대치국면이 그야말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여당의 대응이다.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그 대응수준이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를 정도로 정치권은 냉정을 잃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본 사태에 대하여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혹은 재판을 한 개개의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상 보장된 재판 독립의 원칙이나 혹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는 드디어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써 판결결과만의 유불리에 따른 여권의 이러한 대응에 더욱 신속히 입장을 표명하였어야 한다. 특히 여권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과 연계지어 성창호 재판장에 대하여 '양승태 키즈'라는 사법적폐의 프레임을 씌우고, 과거 이력을 문제삼아 국민들을 선동하여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워나가는 상황은 법치주의의 심각한 훼손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입법부인 국회는 국정조사나 국정감사를 통해 사법부에 대한 견제를 할 수 있으나, 판사의 판결 결과를 본 후 사법적폐세력의 판결이라면서 여당이 민변과 함께 성창호 판사의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삼권분립에도 반할 뿐 아니라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다.


성창호 판사가 과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였을 때와는 너무나 모순된 행태를 보일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 격노하며 이성을 잃은 여권의 모습에서 사법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지나친 자만감과 거만함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야당 역시 이번 판결이 아직 확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1심 판결의 결과만을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과 결부하여 부정선거 등 억지주장을 펴는 모습 역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김경수 지사에 대한 판결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 사실을 오인할 수 있고, 법리에 어긋난 판결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항소심과 대법원을 통해 이를 다툴 수 있다. 우리 모든 국민은 억울한 판결을 선고받았을 때 항소를 통해 불복한다. 김경수 지사도 항소라는 불복절차가 있고, 이를 통해 다투어야 한다.


정치인이라 하여 재판과정에서 정치적 대응을 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하였던 것 역시 사법부의 심판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적법절차내에서 이루어지는 변론을 통해서가 아닌 정치적인 대응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김경수 지사의 1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과 공모하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한 점은 사실이다. 증거능력이 없는 수사보고서가 증거설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을 보아도 객관적인 핵심 증거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사보고서가 대거 증거로 쓰이게 된 것은 아마도 1심 변호인이 수사보고서에 대한 증거동의를 하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증거능력이 없는 수사보고서에 대하여 증거동의를 한 1심 변호인의 변론대응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일이다.


또한 1심 판결문에서 적시한 전문진술의 증거능력 판단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피고인이 지시하였거나 승인하였다고 하는 것을 제3자로부터 들은 진술은 전문진술로 증거능력이 없는 것으로 이를 기초로 유죄를 판단할 수 없다.


판결문에서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전문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였는데, 결국 김경수 지사의 승인 내지 지시를 증명하는 증거로 사용한 이상 이는 단순히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로 볼 수 없다.


만일 이를 증거로 인정한다면 타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상의 전문법칙을 형해화 하거나 잠탈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증거법칙은 매우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하는 것인 이상 이러한 부분에 있어 1심 판결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각 증인들이 진술하는 태도와 모습, 각 증거관계 등을 직접 심리하면서 심증을 형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유무죄를 판단한다. 그러므로 재판과정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심증형성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는 이를 공판중심주의라고 한다.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만 항소심이 번복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기도 하다.


김경수 지사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따라서 유죄의 확정판결이 없는 이상 김경수 지사가 댓글조작에 가담하였다고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된다. 반대로 김경수 지사가 현직 경남도지사라는 이유로 법정 구속이 부당하다거나 징역 2년의 실형이 지나친 양형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댓글조작에 가담한 것은 단순히 포털사이트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판결은 누군가에게는 정말 억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도 수없이 많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진술만에 의존하여 유죄로 판단되고 중형을 선고받는다. 이렇듯 형사소송법의 엄격한 증명의 원칙과 무죄추정의 원칙은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달리 적용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법부가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서영교 의원의 재판정탁 사건 등으로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땅으로 떨어졌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피고인들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경수 지사의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행태는 국민들의 사법불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부디 냉정을 찾기 바란다. 국민들이 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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