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문재인 정부가 24조 1000억원(23개 사업)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발표한 것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은 31일 “이것이야말로 포퓰리즘 정책의 극치를 넘어 다음 총선 ‘매표(買票-투표할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표를 얻는 행위)’를 위한 정략적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정책회의에서 “말이 예타 면제지 대통령과 중앙정부가 21대 총선을 앞둔 득표 전략으로 전국에 걸쳐 대규모 토목 건설 사업을 적극 벌이겠다는 총선 공약과 다름없다”며 이와 같이 질타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역단체별 공공인프라 사업을 1건씩 선정하여 예토 조사를 면제 하겠다’고 했고, 지난 24일 대전에선 구체적인 사업까지도 제시했다”며 “지난해 11월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예타 면제사업 신청을 받았으며 정부는 지난 29일 총 23건에 24조 1000억원 규모의 예타 사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총 사업비 24조 1000억원 가운데 국비 즉 국민이 낸 세금으로만 18조 5000억원이 지출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공사가 부담한다고 한다”며 “전문가들은 ‘실제 사업 진행과정에서 예상과 다르게 불어나는 사업비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예타를 시행하지 않는 사업들이기 때문에 사업비 규모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 ‘사업 진행 중 사업비 증액’, ‘나중에 운영관리 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적자’ 등을 감안하면 지자체가 모든 부담을 떠안게 돼 오히려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크게 역행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사업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인 엄청난 국가재정이 투입되고, 한번 시작하면 되돌리기도 힘든 만큼 철저한 국가 투자우선순위와 경제성을 따져 신중히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대규모 국책 사업일수록 반드시 사전에 예타가 필요한데, 대통령이 무슨 선심성 선물 주듯 지자체 별로 1건씩 무더기로 면제하는 방식은 결코 있었서는 안 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타 제도는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이후 이명박 정부 때 배고는 지금까지 잘 정착돼온 제도로 알고 있는데,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6개월간 예타를 진행해 국가재정 낭비를 최대한 줄이는 아주 좋은 제도”라며 “통계에 의하면 지금까지 대형 사업 구상의 36%에 대해 예타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려 141조원의 낭비를 막았다는 조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예타 면제는 2009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엔 10년 가까이 없었는데, 그동안 특히 야당시절 SOC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 특히 4대강 사업을 그렇게도 비난해 온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등의 예외조항까지 동원해 한꺼번에 허용하겠다는 것은 총선을 의식한 독재적 발상의 통치행위가 아니고서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이어 “내년 4월에 실시될 국회의원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시점에 대통령과 중앙정부에서 추진한다는 사실과 설 연휴를 앞두고 발표되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며 “여야를 떠나 해당 지자체는 환영할 것이고 야당도 해당 지역 주민 여론을 생각해 반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우려스러운 것은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선심성 정책으로 생색만 내고 본격적인 재정은 다음 정권부터 투입되게 된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건설경기 급락에 꺼낸 고육책이라고 해도 개발에 따른 국민세금 수십조 예산을 써야하는 사업에 법률까지 어겨가면서 미래 경제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국적으로 선심성 사업을 남발한다는 것은 대통령 권력의 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