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 조선업계는 기존 ‘빅3’에서 ‘빅2’ 체제로 재편되게 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지주, 대우조선행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관련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3사를 중심으로 한 ‘빅3’ 체계로 유지돼왔다.


하지만 공급과잉과 수주가뭄이 맞물려 조선업계 위기가 지속되자 과감한 인수합병(M&A)를 통해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었다.


앞서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한국 조선업은 ‘빅2’ 체제가 국가산업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며 분리독립된 이후 2001년 워크아웃이 종료됐다. 2008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한 차례 매각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경쟁력을 앞세워 2017년에 이어 작년에도 흑자를 이어가며 경영 정상화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7050억원으로 생산성 향상과 지속적인 영업이익 상승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개선과 국내 산업 구조 등을 고려해 지금이 회사를 인수할 저기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은이 가진 지분의 시가총액은 전날 기준 2조1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7000억원가량이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지주가 최근 사우디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9.9%를 매각해 1조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자금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대금으로 쓰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수자금이 충분하다고 해도 현대중공업지주 차입금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부채가 총 자본의 45%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협의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도 이번 인수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SK증권 유승우 연구원은 “빅2 체제로의 재편은 궁극적으로 공급과잉 이슈와 빅3 간의 출혈경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호재”라면서도 “대우조선해양의 영구채 인식 방법에 따른 밸류에이션 논란이 늘 있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수 방식에 따라 인수 주체에게 일부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한영수 연구원도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주체에는 부정적 영향”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의 현재 주가가 영구채를 ‘자본’으로 인정한다는 가정하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고가 인수 논란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B증권은 “조선산업의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조선사가 새 주인을 찾아 지속적으로 가동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인수가격이 충분히 싸거나 부채탕감 및 매각 전 선제적 구조조정 등 인수조건이 양호할 경우 호재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 찬반투표를 준비하고 있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찬반투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예정됐던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 찬반투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현대중공업과 겹치는 업무를 하는 조합원들 고용불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영이 어렵다며 구조조정을 했던 회사가 이제 와서 막대한 돈을 들여 대기업 인수에 나선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사측을 질타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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