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드루킹 김동원에 대해 댓글 조작 및 뇌물 공여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데 이어, 오후 김 지사에 대한 선고에서 컴퓨터등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거나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되는 선출직 공무원의 특성상 이날 1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김 지사는 경남도지사 직위를 잃게 된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경 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당선 등을 목적으로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비록 김 지사는 수사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관련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과 시연 당시 사이트 접속 기록, 김 지사의 사무실 방문 사실 등을 토대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뒤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승인 또는 동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서로 말을 맞춘 것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지만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일부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은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객관적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진술마저 신빙성이 없다고 배척하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의 범행은 포털 사이트 회사들의 정상적인 업무방해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 공간의 투명한 여론형성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며 “특히 범행 당시 피고는 현직 의원으로, 부정한 방법으로 여론을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배격해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목적 달성을 위해 거래대상이 되어선 안 되는 공직까지 제안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런 판단은 허익범 특검팀의 주장이 사실상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특검은 지난달 28일 김 지사의 결심 공판에서 “선거를 위해서라면 불법 사조직도 동원할 수 있고, 공직을 거래대상으로 보는 일탈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조작된 기사만 8만여 건에 달한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여러 정황과 객관적 증거에도 줄곧 혐의를 부인해오던 김 지사의 태도가 결국 자충수가 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판부는 “피고는 여러 객관적 물증과 이에 부합하는 관련자 진술에도 불구,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자신은 킹크랩을 전혀 몰랐고 선플 운동인 줄 알았다는 변소로 일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지사는 앞서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드루킹(김동원) 일당 및 ‘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들과 공모해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 포털 사이트 기사 7만6,083개 중 118만 8,866개의 댓글에 총 8,840만 1,224회의 공감·비공감 클릭 신호를 보내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자신이 경남지사로 출마하는 6·13 지방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드루킹의 측근 도모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고 있다.


김 지사의 실형선고 및 법정구속이 결정됨에 따라 경남도는 권한대행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 졌다. 전임인 홍준표 지사의 대선출마로 인한 지사직 사퇴로 한경호 행정부지사가 지난해 6월까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데 이어, 7개월 만에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만 유감…야당들 한 목소리로 ‘환영’, ‘이제 시작’, ‘드루킹 게이트 몸통’ 비난


한편, 김 지사의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정해놓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증거가 부족한 억지논리를 스스로 사법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인정해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면서 “특검의 ‘짜맞추기’ 기소에 이은 법원의 ‘짜맞추기’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사법농단의 정점 양승태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당시 별안간 선고기일이 연기된 것을 두고 무성하던 항간의 우려가 여전히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그 양승태 사법부의 비서실 판사이던, 그 재판장의 공정성을 의심하던 시선이 마침내는 거두어질 수 있길 지금도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거듭 강한 유감을 표하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을 통해 김경수 지사의 결백이 밝혀지고 무죄 인정을 받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외에 다른 야당들은 한 목소리로 당연한 결과를 입장을 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김 지사 선고 직후 낸 논평을 통해 “법원은 오늘 김경수 경남지사를 여론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켜준 사법부의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며 “오늘 법원의 판결로 드루킹 일당과의 공모사실과 여론조작, 선거법 위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는데, 김 지사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아집을 버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도 당연한 판결이란 입장이다.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2년 선고라고 했는가? 10년도 부족하다”며 “김 지사는 ‘민주주의 파괴자’다. 앞에서는 ‘정의’를, 뒤에서는 ‘조작’을 김 지사는 드루킹을 처음에 모른다고 잡아떼던 사람 아닌가? 입만 열면 ‘둘러대기, 말 바꾸기’가 특기다. 증거는 차고 넘쳤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제 시작이다. 김경수의 ‘진짜 배후’를 밝혀라”라며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불법여론조작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라. 불법 여론조작 사건에 ‘관용’과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평화당은 ‘드루킹 게이트’의 몸통으로 김 지사를 지목했다.


문정선 대변인은 “드루킹이 유죄면 김경수도 유죄, 김경수 지사의 법정구속은 사필귀정”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의 추악한 진실을 밝혀낸 사법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김 지사는 단순한 드루킹의 공범이 아니다. 애초 김경수 경남지사가 없었다면 드루킹도 없었다”며 “오히려 매크로를 돌리고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 게이트의 몸통은 김경수 지사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는 댓글조작이라는 범죄가 정치를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며 “댓글조작은 범죄다.김 지사에게 배워야 할 반면교사는 딱 그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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