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해 정부가 반도체산업 초격차 유지를 위해서 SK하이닉스 신공장을 핵심으로 하는 120조원 규모 특화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후보지 선정을 두고 지역들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경기 용인과 이천, 충북 청주와 충남, 경북 구미까지 유치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특히 구미는 ‘SK하이닉스 구미유치’를 위해서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지역 여론이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지금껏 침묵을 지켜왔던 SK하이닉스가 “후보지로 구미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서 국회를 찾았다.


28일 <머니투데이> 단독보도에 따르면 SK그룹 및 SK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구미를 지역구로 둔 백승주?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 관계자들과 만나 구미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공장 입지에 대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서울과 먼 지방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 확고했다. ‘구미 불가론’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력수급이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청년인력 확보가 어렵고, 전공자 비율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어렵게 공장을 짓고 인력을 구성했는데, 수도권 경쟁사로 줄지어 인력이 유출되면 안한 것만 못한 투자가 된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신공장 후보지 유치와 같은 사안이 나오면, 지방자치단체는 한결 ‘같은 논리’로 지방에 공장을 지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달갑지 않다. 한 번 사업장을 지으면 수 십년을 한 자리에서 운영해야 하는데, 당장 혜택을 약속하는 정치 논란에 따라서 입지 선정을 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겉으로 강해 보이지만 정작 규제에 약하고, 지자체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보유한 규제 권한이 많다”면서 “지자체의 사소한 지적에도 공장 운영 상황이 휘청이는데, 당장 몇 가지 혜택을 약속 받고 공장을 짓는 건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SK하이닉스 공장 유치에 열을 올리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29일 정부가 지방사업 중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발표를 앞두고, 우선 SK하이닉스로 유치전으로 여론을 모으고 이를 통해서 예타 면제를 얻자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지역구 주민에게 ‘할 만큼은 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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