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현대중공업지주로부터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입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국내 정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아람코와 최대 1조8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매각(Pre-IPO)에 관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보유 지분 19.9%를 아람코에 매각한다.


아람코는 이번 계약으로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선다. 현대중공업지주의 보유 지분율은 기존 91.13%에서 71%로 낮아진다.


아람코는 세계 원유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업계 최고의 고도화율(40.6%)과 업계 1위 수익성 등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서 2015년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 MOU 체결을 맺고 합작 조선소를 설립하고 엔진과 플랜트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관련 사업을 진행하며 신뢰관계를 쌓아왔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아람코와의 다방면 사업 협력은 향후 중동에서 발주되는 선박 및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 중동시장 개척을 통한 사업 확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람코가 국내 정유업계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람코는 1991년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 지분 35%를 인수한 데 이어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이 해체되자 지분 28.4%를 추가로 인수했다.


2015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 주식 3198만주를 전략매수하며 지분율을 63.41%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아람코가 에쓰오일에 이어 현대오일뱅크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 내 정유 및 석유화학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대오일뱅크도 에쓰오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우디산 원유 수입량을 늘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정유업계에 외국계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뿐만 아니라, GS칼텍스도 GS와 미국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셰브런의 해외 석유사업 브랜드인 칼텍스가 50%씩 출자해서 만든 합자회사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분구조상 국내 정유 4사 중 대주주가 외국계가 아닌 곳은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게 됐다”며 “당장 시장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원유 수입선 다변화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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