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농성책임 하청업체에 전가?…‘자식 문제 부모 때리기’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열혈형사가 수사 중에 “윗선의 지시니까 접어”라는 말을 듣거나, 홀아버지를 모시는 검사가 괴한들에 의해 아버지의 구멍가게가 부숴지자 기소를 중지하거나 하는 장면들은 영화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클리셰 중 하나다. 당사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를 제어할 수 있는 대상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최근 금호타이어에서도 이같은 장면을 연상케 하는 사례가 빚어졌다.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공장에서 농성을 벌여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노조가 아닌, 노조를 고용한 도급사들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 ‘귀사와의 도급계약 지속여부’를 거론하며 ‘사원들을 철저히 관리 및 조치 해달라’고 압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가 이같은 강경대응에 나선 것을 경영정상화를 위한 인력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하는 상황과 연결지어 보기도 한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내놓은 2019년 자구안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핵심과제로 꼽고 있다. 실제로 금호타이어는 작년 2월과 12월 생신직 근로자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감축기조를 이어왔다.



비정규직노조 광주공장 점거→하청업체에 “사원 관리하라”


강경한 금호타이어 하청직원 압박…의도한 인력구조조정?


금호타이어는 지난 17일 도급사 대표들에게 공문을 발송해 “금번 불법점거 행위는 당사와 귀 업체와 체결된 도급계약 제14조, 제15조에 해당되는 사항으로 귀업체와의 도급계약에 대한 지속 여부를 고민할 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당사는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귀 업체 사원들을 철저히 관리 및 조치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압박했다.


이는 앞서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70여명이 하도급 변경계약의 3승계(고용승계·단체협약·노동조합)를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3일간 광주공장 크릴룸을 점거, 생산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금호타이어 측은 당초 광주·곡성공장 청화 미화업무를 맡겼던 4개 하도급 업체와 계약만료일이던 작년 11월 21일 계약을 종료하고 다음달인 12월13일 광주·곡성공장 청소 미화 업무를 통합해 동월 21일 자로 에스텍세이프를 새 하도급 업체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에스텍세이프는 비정규직 인원들의 기존 임금 조건을 승계하지 않고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비정규직지회는 이에 동의하지 않아 단체협상이 결렬되면서 기존 노동자 110명 중 93명이 재취업을 하지 못할 상황이 됐던 것이다.


지회 측은 이같은 문제발생의 진짜 원인이 금호타이어에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영기업인 더블스타그룹에 매각된 금호타이어가 비용절감을 위해 3승계를 포함한 단체협약을 파기하기 위해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했다는 의구심을 나타낸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사실상 해고 조치를 한 것이라고 봤다.


에스텍세이프 측은 신규업체 선정 배경에 대해 금호타이어 측의 비용절감과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금호타이어 측은 한발 더 떨어져 ‘하도급업체와 직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해당 사안에 대해 선을 그었다. 금호타이어 측은 농성사건 이후엔 “쟁의 절차를 무시한 생산라인 점거는 불법행위”라며 농성에 참여한 노조원 중 신원이 확인된 30여명을 경찰에 업무방해와 퇴거불응, 주거침입 등의 협의로 고소했으며 나머지 인원도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추가 고소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금호타이어 측이 노조단체 또는 노조원 개인을 상대로 조치를 취하는데 그치지 않고 도급사 대표들에게 공문을 보내 노조원 단속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 공문은 농성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의 소속 업체로도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 측은 이를 ‘군기 잡기’또는 ‘협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갈등과 생산차질에 따른 피해를 정당한 방식으로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 향후 노조가 문제제기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금타, 강력한 협력업체 압박…경영정상화 위한 인력구조조정 탓?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로 지회를 압박하는 데에는 장기적인 인력감축 수순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시각들도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작년 12월에 작성한 ‘2019년 한국공장 운영계획과 경영정상화 극복방안’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광주·곡성·평택공장 등 한국공장에 대한 생산 및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으로 인건비 감축을 주목했다. 여기에는 상여반납, 무급 휴무 적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금호타이어 측은 이를 바탕으로 노조와의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호타이어는 작년 12월 생산직 근로자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미 같은해 2월 한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해 30여명을 퇴직시킨 뒤 였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되면서 자본금을 유치했지만 경영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공장가동률은 80% 수준으로 떨어졌고, 영업손실은 작년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 측은 공장가동률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333명 수준의 생산직 유휴 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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