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어제(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법원은 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주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으로 미루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인정된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형사소송법 상 구속사유는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그럴 염려가 있거나 △범죄의 중대성이 높거나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우려 등 까다로운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행한 압수수색과 100여 명에 달하는 전·현직 법조인들로부터 확보한 진술 등 장장 7개월에 걸쳐 확보해둔 증거 앞에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의 정점이라는 검찰 측 주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법농단의 핵으로 지목돼 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결정적 요인으로 △김앤장 독대 문건 △이규진 수첩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꼽힌다.


명재권 판사의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된다’는 언급이 있기까지는 재판 개입과 블랙리스트 작성 등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핵심 증거, 이른바 ‘스모킹 건’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상관의 지시를 꼼꼼하게 기록한 이규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업무수첩을 제시했다. 이규진 판사는 지난 2015년부터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사법농단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업무수첩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항목에 특별히 ‘大’(대) 자 표시가 돼있을 정도로 세밀히 기록돼 있어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 측의 주장이다.


이어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와 독대한 ‘김앤장 문건’을 제시했다.


해당 문건은 2015~2016년 양 전 대법원장과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가 만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등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일제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와 사법부, 김앤장이 내밀하게 소통하고 있었음을 적나라하게 들춰낸 증거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양 전 대법원장의 ‘인사 상 불이익을 준 적 없다’는 발언과 달리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인사 불이익 대상자를 선별해 보고하면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표시를 해가며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증거로 제시하며 “양 전 대법원장이 헌법 질서를 해치는 중대 범죄를 일으켜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검찰은 최대 20일 동안 추가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뒤 재판에 넘기고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마무리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직 대법원장이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수감 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한 데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국민께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저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또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저는 찾을 수도 없다”며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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